지난해 전 국민을 슬픔에 빠뜨리고 분노케 한 ‘세월호 참사’를 다룬 책이 나왔다. 시인이자 에세이스트인 전영관의 기록이다.
‘슬퍼할 권리’(삼인刊)의 저자는 “사실은 기자가 기록하고, 책임자는 책임을 져야하며 관계자는 진실을 밝혀야 한다. 그리고 나는 다만 슬픔을 기록한다”고 출간 의도를 밝혔다.
저자는 세월호 참사 발생 이튿날부터 지난 추석 전날까지의 참상을 상세하게 일기를 쓰듯 90여 회에 걸쳐 써내려갔다.
“이렇게 기록이 길어질 줄 몰랐다”는 작가는 희생된 단원고 학생, 부모를 잃은 어린 아이, 아들 딸을 바다에 묻은 부모, 승객을 구하고 자신은 목숨을 잃은 의로운 승무원, 끝까지 학생들과 함께 한 선생님 등에 감정을 이입해 시로 함축해 표현하기도 했다.
노을이 붉게 드리운 팽목항, 가득 쌓인 담요가 더욱 안타까운 진도체육관, 차가운 바다 속에 가라앉은 실종자들의 귀환을 기원하며 밝힌 촛불 사진, 사진 속 모습을 그대로 그린 짧은 글은 잊혀져 가는 슬픔의 기억을 가슴에 다시금 되새긴다.
아픈 기억을 되새겨야 할까. 질문에 작가는 “대한민국이라는 배의 선내 방송은 제대로 되고 있나?”라고 되물으며 우리 사회의 리더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그는 또 슬픔의 이유가 된 관계자와 책임자에게는 “낱낱이 밝히고 죄의 경중을 물어라“며 강한 분노를 드러낸다.
때문에 “이 책으로 누군가가 다치는 걸 바라지 않으면서 누군가는 쓰러지길 갈망한다”는 말은 더 의미심장하다.
세월호 참사의 비극을 그린 이 책은 작가의 말대로 슬픔이 여전해 견딜 수 없는 유족에게는 권하지 않지만 “슬픔의 기억이 가라앉은” 이들에게는 일독을 권한다.
“이 책은 있어야 할 기록이면서 또 세상에 없어야 할 책”으로 “‘잊혀짐’은 꼭 필요하지만 잊혀져서는 안 된다”는 작가의 생각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값 1만3천원.
신지원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