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유치원서 ‘폭행·얼차려’… 매맞는 ‘원생’ 멍드는 ‘동심’

▲ “물의… 죄송합니다” ♣♣19일 오전 인천지역 어린이집에서 아동폭행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원아를 폭행한 것으로 알려진 인천시 부평구 모 어린이집 정문에 사과문이 나붙어 있다. 장용준기자

당신의 아이는 안녕하십니까?

송도·부평 이어 서구서 피해 신고

해당 교사 폭행 사실 일부 시인

부평어린이집 교사 금명간 소환

인천 송도국제도시와 부평 어린이집 아동 폭행에 이어 서구의 한 유치원에서도 원생 폭행이 있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 등 인천 전역에 아동 폭행 파문이 몰아치고 있다.

19일 인천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40분께 한 학부모로부터 “서구의 A 유치원 B 교사(27·여)가 원생의 뺨을 때리고, C반 원생들을 단체로 얼차려를 줬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해당 유치원 내 폐쇄회로(CC)TV 동영상을 확보하고, 아동전문보호기관과 함께 피해 학생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이 CCTV 동영상을 확인한 결과 지난해 11월 초부터 최근까지 동영상이 녹화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유치원이 동영상을 삭제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동영상 복원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C반 원생 7명 중 6명에 대한 조사를 통해 B 교사의 폭행 사실을 확인했으며, B 교사도 폭행 사실 등을 일부 시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치원의 관리·감독기관인 인천시교육청과 서부교육지원청 등은 A 유치원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섰다.

한편, 부평구 어린이집 폭행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이날부터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함께 피해아동들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앞서 경찰은 지난 주말 학부모 12명에 대한 피해자 조사를 마쳤다.

현재 가해교사 K씨(25·여)는 현재까지 자신이 폭행한 원아가 10여 명 정도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경찰은 피해아동이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아동들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 21일께 K씨를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또 부평구는 최근 K 교사에게 자격정지 처분을 위한 청문회 참석을 통보하는 등 해당 어린이집에 대한 행정제재 절차를 서두르고 있으며, 경찰수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어린이집에 대한 운영정지나 시설폐쇄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홍미영 부평구청장은 “구청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이라며 “경찰수사와 상관없이 가해교사와 원장, 가해 방조자 등에 대해 구가 행정적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엄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인천시청 앞 미래광장에서 육아 정보 인터넷 카페인 ‘아띠아모’ 회원 40여 명이 아동학대 근절 촉구 집회를 했다.

박용준 김준구 김민기자

어린이집 폐쇄, 아이들 어디로…

대책없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사건 휘말린 어린이집 문닫으면

아이 맡길 곳 없어 학부모 분통

정부가 내놓은 어린이집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에 대한 구체적 후속 대책이 없어 땜질에 불과한 가운데 최근 송도 등 폭행사고가 발생한 어린이집이 폐쇄되면서 부모들은 아이들을 보낼 어린이집이 없어 고통을 겪는 등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19일 경찰과 기초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보육교사가 원생을 주먹이나 손으로 때리는 등 아동 학대가 있었던 부평의 A 어린이집이 이날 휴원했다.

A 어린이집은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라고 적은 사과문을 출입문에 적어놓고 문을 열지 않았다.

앞서 네 살배기 여아 폭행사건이 발생한 연수구 송도의 B 어린이집도 원장 스스로 폐원을 요청하면서 지난 16일 폐원했다.

이처럼 어린이집 폐원이 잇따르면서 부모들은 당장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부모들은 말로만 듣던 아동학대가 자녀의 어린이집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에 분노하면서도, 당장 아이들을 맡길 곳을 찾느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자체가 인근 어린이집으로의 분산 배치를 검토하고 있지만, 대다수 어린이집 정원이 꽉 차있는데다 정원을 초과해서 수용하기엔 상대적 형평성 등이 어긋나 쉽지 않다.

한 부모는 “어린이집이 휴원한다는 문자메시지를 어제 받고 급하게 하루 휴가를 냈다”며 “휴가를 길게 낼 수도 없는데 당장 내일부터는 누구에게 맡겨야 할지 막막하다”고 한숨지었다.

정부가 앞으로 어린이집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에 따른 시설폐쇄라는 강력한 처벌을 하기로 한데다, 현재 경찰이 전체 어린이집에 대한 아동 학대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어 한동안 문 닫는 어린이집이 더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어린이집이 휴·폐원되더라도 아이들은 갈 곳이, 부모는 아이를 보낼 곳이 없어지는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체계적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한 부모는 “돌발사고 발생 때 사고 어린이집 원생들을 인근 어린이집 2∼3곳에 한시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며 “당국에서 3∼4개 어린이집을 권역별로 묶어 유사시에 대체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제도가 있다면 부모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민우김준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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