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거창高 직업 십계명

명문학교 거창고 교육철학 담아 소신·가치있는 참된 성공 조언

▲ 거창고 아이들의 직업을 찾는 위대한 질문

특수목적고등학교도 아니지만 매년 입시철만 되면 우수한 명문대 진학률을 기록하는 거창고등학교의 교육 철학이 공개된다.

<거창고 아이들의 직업을 찾는 위대한 질문> 은 10대 자녀를 둔 한 엄마가 거창고에서 교장을 역임한 교육인과 함께 거창고등학교 졸업생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를 파헤치는 책이다.

저자 강현정은 거창고 졸업생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3년간 전국 곳곳은 물론 일본까지 누볐다. 거창고 교장을 역임한 바 있는 공저자 전성은의 생생한 구술도 포함됐다.

거창고에는 3대 교장인 故 전영창 교장의 가르침을 요약한 ‘직업선택의 십계’라는 현대 사회에서는 납득하기 힘든 지침이 있다.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승진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등의 지침은 저자마저 의문을 가진다.

하지만 한 귀로 흘려듣기 딱 좋은 이 말에 거창고의 교육 철학이 결합되면 꽤 괜찮은 ‘삶을 대하는 원칙’으로 바뀐다.

이 학교에서 3년간 배우고 졸업해 사회로 뛰어든 졸업생들의 이야기가 이를 증명한다.

특히 한 졸업생의 “건축가라면 자기가 세운 다리는 무너지지 않아야 하고, 의사는 사람의 목숨을 소중히 여긴다. 또 판사는 믿을 수 있는 판결을 내려야 하고, 기자는 거짓을 전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은 거창고등학교가 추구하는 교육 철학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큼 엄청난 부와 명예를 가지진 않았지만 스스로 가치를 정하고 삶을 대하고 있는 졸업생들의 이야기는 ‘성공’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책에는 좋은 교육법이나 직업 선택을 잘하는 비결이 나와 있지 않다. 혹시나 기대했다면 곧 실망이 뒤따를 것. 하지만 이 졸업생의 말이 귓가를 맴돈다면 일독을 권한다. 값 1만2천800원.

신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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