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출간
서울은 하나의 거대한 회로다. 도체와 부도체, 자본과 비자본의 결합체이자, 대한민국 사회를 움직이는 운영체제다.
비좁은 도시, 효율적으로 쌓아올린 거대한 아파트와 빌딩숲, 대기업 사원증을 목에 걸고 거리를 활보하는 직장인의 행렬, 우수학군에 편입되기 위한 부모들의 분투로 상징되는 도시 자본은 그 자체로 서울을 작동하는 동력이자, 욕망의 근원이다.
이 책은 이 같은 서울의 동력을 정치경제학적 프레임을 통해 설명했다. <마르크스가 내게 아프냐고 물었다> <일하기 전엔 몰랐던 것들> 에서 정치경제학과 일상,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솜씨 있게 엮었던 충남대 경제학과 류동민 교수가 이를 담았다. 일하기> 마르크스가>
저자 자신이 살며 겪었던 서울의 일상을 책의 소재로 했다. 하지만 경험에 의존하지는 않는다. 케인즈, 마르크스, 피케티의 이론, 다시 말해 정치경제학의 분석 도구로 프렌차이즈카페, 대리운전, 대형교회, 유흥주점 등 오늘의 일상을 하나씩 분석하면서 임대료, 자영업, 재개발처럼 서울의 삶을 굴리는 운영 체제를 설명한다.
저자의 눈에 비친 서울은 잔인할 정도로 척박하다. 끊임없이 재건축되는 아파트는 물신의 상징, 대학과 교회는 도시 한복판에 자리잡은 대형 위신재나 다름없다.
서울을 가동시키는 욕망의 운영체제는 한계점에 다다랐다. 능력주의 신화가 무너지고 ‘알아서 살아남기’가 유일한 생존법이 된 사회가 지금 여기 서울이자 한국사회라는 것이다. 값 1만4천원.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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