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이름 박완서 산문으로 돌아오다

300여편 7권의 책으로… 소설과 다른 감동·재미 선사

▲ 나의 만년필

“마치 덮어 놓고 제 자식 잘난 줄만 알고, 제 자식 역성만 드는 어리석은 엄마 같은 맹목의 애정을 나는 이미 내 앞을 떠나 있는 내 첫 작품에 대해 느꼈다.

그리고 비로소 글은 아무렇게나 쓸 게 아니라는, 글을 하나 써내는 것도 자식을 하나 낳아놓는 것만큼 책임이 무거운 큰일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박완서 작가의 산문집 <나의 만년필> 의 한 대목이다. 작가의 첫 장편이었던 소설 <나목> 을 탈고한 뒤 쓴 소회이기도 하다. 작가에게 삶의 묵직함은 펜의 무게와도 같았다. 평생을 글과 마주한 삶을 살아오면서도 스스로 글의 감옥에 갇히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1931년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광복과 한국전쟁, 남북분단 등 현대사의 질곡을 고스란히 겪어던 박완서 작가는 1970년 불혹의 나이에 데뷔하여, 2011년 영면에 들기까지 수많은 걸작을 남겼다. 그녀는 소설뿐 아니라 산문에도 능했다.

1977년 평민사에서 출간된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를 시작으로 작가는 꾸준히 산문집을 출간했다.

 

<박완서 산문집> (문학동네 펴냄)은 그녀의 4주기에 맞춰 작가의 산문 300여 편을 엮은 책이다. <쑥스러운 고백> <나의 만년필>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들> <살아 있는 날의 소망> <지금은 행복한 시간인가>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애수>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 등 7권의 책으로 출간됐다.

각각의 책에는 그의 작품 이면에 숨겨진 인간 박완서의 삶과 사회를 바라보는 비판의식과 소소한 일상에서 풍겨지는 행복과 즐거움이 담겨있어 읽는 이들에게 소설과는 또 다른 감동과 재미를 선사한다.

오래된 글인 탓에 현대 맞춤법에 따라 수정했지만, 박완서 작가 특유의 입말을 생생하게 살리기 위해 다양한 표현들은 그대로 살렸다. 또 작가의 향기를 느낄 수 있도록 작가의 손녀 김지상씨가 박완서 작가의 유품 사진을 촬영해 표지 장식으로 사용했다.

이 7권의 산문집은 길게는 40년, 짧게는 25년 작가의 시간이 담겼지만, 2015년 현재에도 유효할 뿐 아니라 그 어느 신간보다도 생생한 울림을 독자에게 전한다. 값 9만5천원.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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