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현대화 시설 약속해놓고… ‘10억 지원’ 입 닦은 구리롯데아울렛

상인회 “유선상 약속후 개장 타협” 한 달 지났지만 여전히 묵묵부답
롯데 측 “시행사와 조율…” 반복만

대규모 복합쇼핑몰인 구리롯데아울렛이 개장을 맞아 구리전통시장 상인회와 약속한 ‘전통시장 현대화 시설 지원(10억원)’을 상당기간 지나도록 이행하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당초 롯데아울렛 측은 오픈일에 맞춰 유선상으로 ‘1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으나 현재까지 줄다리기 협상만 하고 있는 것이다.

2일 구리롯데아울렛(이하 롯데)과 구리전통시장 상인회 등에 따르면 롯데 측은 지난해 12월18일 개장을 앞두고 상인회와의 갈등으로 협상에 난항을 겪자 상인회 측과 유선상으로 ‘전통시장 현대화시설을 위한 지원금 10억원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후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한 롯데 측은 한 달이 훌쩍 넘은 현재까지도 ‘기다려 달라’, ‘아울렛매장 시행사 측과 조율 중이다’라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지난 1977년에 개설돼 30여년의 역사를 가진 구리전통시장은 최근 롯데아울렛 개장 이후 급격한 고객 및 매출 감소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구리시에서 신청한 전통시장 현대화 시설에 대한 국비(7억2천900만원) 마저도 지원받지 못한데다, 올해 역시 지원이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위축된 상권 속 상인들의 상실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상인회 측은 ‘유선상으로 약속한 지원금이 법적 효력이 없어 안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내고 있다.

상인회 관계자는 “전통시장 인근에 롯데아울렛이 들어서면서 사람 구경이 힘들 정도”라며 “상인들은 돈이 아닌 시설을 원하고 있다.

고객이 찾는 시장으로 되돌릴 수 있도록 롯데 측은 약속한 지원을 하루빨리 이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롯데아울렛 관계자는 “일부러 지연시키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지원금을 보낼 시기나 방식에 대한 상인회 측과 협의가 필요해 늦어지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구리시 롯데아울렛은 인창동 일원 4천448㎡ 면적에 지하 5층, 지상 8층의 규모로 조성됐으며, 164개의 점포와 멀티영화관, 식당가 등으로 구성된 복합쇼핑몰이다.

상인회 측은 지난해 전통시장과 불과 1.2㎞ 떨어진 곳에 아울렛 입점 소식이 전해지자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수차례에 걸쳐 시위를 진행해 오다 롯데 측이 제시한 전통시장 현대화 시설 지원금을 약속 받으며 극적으로 타협했다.

구리=하지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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