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은 하루 종일 스마트폰에 매달려 산다. 마치 감옥에 갇혀 나오지 못하는 사람처럼 휴대폰에 끌려 다닌다. 때론 자의로, 때론 어쩔 수 없이.
한꺼번에 수십 명이 초대된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특정인에 대한 욕설과 험담이 오간다. 피해자가 내용을 보지 않으려 채팅방에서 나가도 다른 사람이 끊임없이 다시 초대한다. 마음대로 나가지도 못한 채 채팅방에 갇히게 되는 ‘카톡 감옥’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청소년들의 의사소통 수단이 되면서 SNS상에서 집단 따돌림이나 괴롭힘을 가하는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 피해가 늘고있다. 카카오톡에서 집단 따돌림을 하는 ‘카따’, 떼 지어 욕을 하는 ‘떼카’, 채팅방에 초대한 뒤 한꺼번에 나가버려 피해학생만 남기는 ‘카톡방폭’(대화방 폭파) 등 유형도 다양하다. 오프라인에선 학교 폭력이 줄고 있다지만 SNS에선 더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카톡은 회사원들 업무에서도 필수다. 부서별 대화방에서 업무를 지시하고 확인하는 메시지가 주말에도, 퇴근 후에도 수시로 날아온다. 스마트폰을 소지한 이상 업무 지시에 ‘항시 대기’ 상태가 되다보니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퇴근을 해도, 휴일에 회사에 나가지 않아도 업무의 연장선상 같은 느낌에 맘이 편치않다.
밴드 또한 마찬가지다. 직장 상사가 ‘밴드에서 논의하자’며 초대 메시지를 보내면 꼼짝없이 대화방에 가입해야 하고 수시로 날아드는 메시지에 응답을 해야 한다. 친구ㆍ지인과 소통하던 SNS 계정이 업무에 투입되면서 일과 삶의 경계도 흐릿해졌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정보통신기기에 의한 노동 인권 침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63%가 SNS를 통해 업무 지시를 받은 경험이 있고, 스마트폰과 회사 e메일을 연동해 사용하는 사람이 36%였다. 응답자들은 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로 ‘사생활 침해’(36.3%), ‘업무 시간 증가’(22.5%), ‘피로 증가’(22.5%)를 꼽았다.
유럽은 ‘퇴근=로그아웃’을 제도화하고 있다. 지난해 4월 프랑스 경영자총연합회와 노동조합은 엔지니어ㆍ컨설팅 등 일부 직군에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회사 e메일 발송을 금지하는 협약을 맺었다. 독일도 업무시간 외 e메일 전송을 막는 ‘안티 스트레스법’을 추진하고 있다.
결국 문제는 도구가 아니라 쓰는 사람인 셈이다. 스스로 감옥을 만들고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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