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의 압박 엔씨의 반발
국내 게임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국내 게임업체 1위 넥슨과 2위 엔씨소프트 간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의 대주주(15.08%)인 넥슨은 지난 6일 엔씨소프트에 대해 이사회 참여를 요구하는 등 최대주주로서 경영권 참여를 위한 행보를 본격화하고 나섰다. 넥슨과 엔씨소프트 간 경영권 분쟁이 빚어지게 된 과정에 대해 간단하게 살펴봤다.
넥슨, 엔씨소프트 경영참여 선언
넥슨과 엔씨소프트 간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 된 것은 지난달 27일 넥슨이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가’로 변경 공시하고 엔씨소프트에 주주 제안서를 보내면서부터다.
넥슨은 주주제안서를 통해 엔씨소프트가 3월 말로 예정된 정기주주총회나 임시주주총회에서 후임 혹은 추가 이사를 선임할 때 넥슨이 추천하는 인사를 이사로 선임할 것을 제안했다.
또 기업·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비영업용 투자 부동산을 팔아 그 수익을 영업활동에 쓰거나 주주에게 환원해 달라고 요구하는 한편 현재 보유한 8.9%의 자사주에 대한 소각을 요구했다. 또 전자투표제 도입, 실질주주명부의 열람·등사, 배당률 상향 등도 요구사항에 들어갔다.
이와 함께 김택진 대표의 특수관계인이자 비등기 임원으로 재직 중인 인물 가운데 연간 보수가 5억원 이상인 사람의 보수 내역과 산정 기준을 공개해달라고도 제안했다.
김택진 대표의 부인이자 최근 엔씨소프트 사장으로 승진한 윤송이 사장 등이 포함된다. 이와 함께 주주의안 제안, 전자투표, 실질주주명부의 열람 등 최대주주로서 제안할 수 있는 요구 사항들이 상세하고도 적나라하게 담긴 셈이다.
엔씨소프트 “과도한 간섭” 거부감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 측은 넥슨이 과도한 경영 간섭을 하고 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엔씨 측에서 가장 거부반응을 보이는 주주제안 사항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엔씨의 8천억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을 차례로 매각하라는 요구인데 이는 향후 투자 자원의 씨를 말리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최근 KG이니시스의 핀테크 사업에 투자한 비용도 이 ‘곳간’에서 나왔다는 설명이다. 엔씨 관계자는 “삼성동 건물은 엔씨에게는 상징적인 장소인데다 현재 투자 수익률도 6%나 돼 괜찮은 상황”이라면서 “전체 맥락을 다 무시하고 당장 넥슨을 비롯한 주주의 단기적 수익을 위해 엔씨의 현금 자산을 팔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넥슨이 주주제안서에 명시한 협업 강화 방안이다. 엔씨는 넥슨이 슈팅게임 협업 방안으로 예를 든 ‘MMX 프로젝트’(가칭)를 통해 엔씨의 핵심 가치인 기술 개발력을 공유하려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엔씨 관계자는 “넥슨의 제안은 최대주주 지위를 이용한 부당 행위”라면서 “협업을 빙자한 기술 개발력 유출이 우려되는 요구 사항”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넥슨은 이외에도 8.9%에 이르는 자사주 활용이 유명무실하므로 적정 수준을 소각하라고 제안했는데 이마저도 게임계 투자시장에서는 향후 ‘캐스팅 보트’로 활용될 자사주 존재를 이참에 없애려는 넥슨의 장기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정주 vs 김택진, 30년 우정 깨지나
넥슨의 경영참여 선언으로 서울대 선후배 사이로 ‘30년 우정’ 유지했던 넥슨 창업자 김정주 NXC회장과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 간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정주 넥슨 회장(85학번)과 김택진 대표(86학번)는 서울대 공대 선후배 관계이면서 한때는 같은 꿈을 꿨던 대표적 게임 1세대이다.
현재 엔씨소프트의 지분 구성은 넥슨(넥슨재팬+넥슨코리아)이 15.08%로 가장 많고 김 대표가 9.98%, 국민연금이 6.88%(지난해 10월말 기준)를 갖고 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8.93%에 달해 향후 경영권 분쟁이 정점에 이르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본격화되고 있는 국내 게임업체 1, 2위 간의 경영권 분쟁의 정점을 찍게 될 다음달 엔씨 주주총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민수기자 kiry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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