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위는 거대한 ‘자동차 무덤’·… 부상자 곳곳 ‘신음’ 아비규환

[현장&] 영종대교 106중 추돌사고… 끔찍했던 순간

▲ 11일 오전 짙은 안개로 106중 추돌사고가 발생한 인천시 서구 영종대교에서 부상을 당한 한 외국인이 구급차로 향하고 있다. 장용준기자

106중 추돌사고가 발생한 영종대교 사고현장 곳곳은 파손된 차량이 길게 널브러졌고 부상자의 신음과 경찰·구조차량의 사이렌 소리 등이 뒤얽혀 그야말로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11일 오전 11시30분께 인천국제공항에서 서울로 가는 방향의 신공항고속도로 영종대교 앞 3.8㎞ 지점. 짙은 안갯속에 찌그러진 수십 여대의 차량이 편도 3차선 도로에 널브러져 마치 포탄을 맞은 모습이었다.

트럭과 승합차 사이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진 승용차가 끼어 있었고 가드레일에 부딪힌 택시는 차량의 앞·뒷부분이 아예 사라진 채 몸통만 남았다.

100m 앞에도 찌그러진 버스, 승용차, 트럭 등 차량 수십 대가 마구 뒤엉켜 있었다.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그대로 공항리무진 버스의 뒤를 들이받은 1t 트럭의 운전석은 찢겨 나갔고 그 옆을 받은 한 경차는 운전석 편이 종잇장처럼 찌그러져 있었다.

가드레일 건너편 도로 옆에는 손에 붕대를 감은 한 40대 남성이 머리에서 피를 흘리는 것도 잊은 채 사고 현장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곳곳엔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는 부상자들의 신음으로 이어졌다. 사이렌을 울리며 출동한 119구급대원들은 부상자를 응급처치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중상자들을 인근 병원 등으로 긴급 호송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사고로 머리 등을 다친 B씨(55·여)는 “갑작스럽게 앞뒤로 ‘꽝’, ‘꽝’하고 크게 사고가 나는 바람에 한동안 너무 두려워서 차에서 내리지도 못했다”면서 “한참 뒤에 차에서 내렸을 때는 많은 사람이 다쳐서 길에 누워 있었는데, 정말 전쟁터에 온 것 같았다”고 말했다.

사고로 기절했다가 깨어난 A씨(60)는 “앞쪽에서 ‘쿵’하는 소리가 2~3차례 연속해서 들리더니 갑자기 안갯속에서 사고가 난 차들이 눈앞에 들어와 그대로 들이받을 수밖에 없었다”면서 “어리둥절해 있는데 잠시 후 뒤에서 또 다른 차량이 ‘꽝’하고 내 차량을 들이받아 한 바퀴 돌면서 가드레일에 부딪히며 정신을 잃었다”고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가까스로 기억해 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은 버스 승객 등은 여행가방 등 짐을 챙겨 가드레일 너머 길가로 넘어간 뒤 한참을 걸어서 사고 현장을 벗어났다. 사고 이후 견인차와 대형 크레인 등이 현장에 속속 도착, 사고처리와 뒷수습에 나서 사고 발생 6시간여가 지나서야 도로 통제가 풀렸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때 가시거리가 10m도 되지 않을 정도로 안개가 짙게 깔려있었다. 구조하러 온 차량조차 자칫 사고가 날 뻔할 정도였다”면서 “갓길이 없는 곳이어서 사고 구조팀이 현장에 출동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민우 양광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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