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그린존 “이 곳은 금연 구역입니다”
매년 새해가 되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결심을 하는 것이 있다. 바로 ‘금연’이다.
의지를 다지기 위해 어떤 이들은 멀쩡한 담배를 부러뜨리고 쓰레기통으로 버리기도, 또 다른 이들은 가족들 앞에서 금연에 대해 호언장담을 하며 금연 의지를 다진다.
대부분 이같은 각오는 작심삼일에 그치기 일쑤지만 매해 같은 각오를 다지는 것을 보면 담배야말로 반드시 척결(?)해야 할 1순위 대상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담뱃값이 대폭 올라 얇은 주머니 사정 때문에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금연에 나서는 사람들이 어느 때보다 늘어난 상황이다.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돈을 생각해서라도 담배는 백해무익이지만 여전히 거리 곳곳에서 흡연을 일삼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금연 단속 체험도 하고 흡연의지도 꺾어보려는 큰 결심으로 안양시 만안구 박달동에 소재한 만안보건소를 방문, 일일 금연구역 점검 및 단속요원으로 현장에 투입됐다.
■ 본격적인 일일체험 앞서 금연 클리닉부터 ‘노크’
지난 10일 오후 1시 만안보건소 2층 금연클리닉. 본격적인 체험을 앞두고 흡연자로서 금연구역 점검에 나선다는 것이 양심에 찔리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한 번도 금연상담을 받아본 적이 없는 터라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생각으로 금연 상담을 결심했다.
상담에 앞서 인적사항을 기재하고 질병 유무를 적어 제출한 뒤 상담이 시작됐다. ‘금연을 결심한 계기가 무엇이냐?’, ‘담배를 언제 가장 피우고 싶냐’ 등 상담사의 질문에 답변하던 중 갑작스레 상담이 끊겼다.
상담사는 “담배를 끊으시려는 의지가 부족한 것 같다”며 “매주 1차례씩 보건소를 방문해 상담을 받고 경과를 지켜봐야 하는데 그럴 생각은 있냐”는 물음에 얼떨결에 “네”라고 답했다.
상담사로부터 받은 금연패치와 금연에 도움이 된다는 손 지압기 등을 주섬주섬 챙긴 후 이번 단속에 함께할 담당자들과 흡연 민원이 가장 많이 접수된다는 안양시 만안구 안양1동에 소재한 안양역 광장으로 이동했다.
■ 완장 덕(?) 톡톡히 봤지만…흡연 제지 ‘산넘어 산’
이번 체험을 위해 금연 담당자 김진숙 주무관(48)과 장미효 주무관(32)이 함께해 줘 이동하는 차 안에서 흡연 단속 활동 시 유의해야 할 점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안양역 광장에 내려 금연홍보 어깨띠와 저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붉은 조끼를 착용하기도 전에 5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이려는 모습이 포착됐다.
흡연 현장을 알리기도 전에 베테랑 김 주무관이 어느새 흡연자에게 다가가 금연구역임을 설명하며 흡연 시도를 제지했고 흡연 미수(?)에 그친 남성은 멋쩍은 듯 웃으며 자리를 떠났다.
장 주무관 역시 수많은 유동인구 속에서 흡연을 시도하는 시민들을 찾아 제지하며 금연계도 활동을 벌이는 등 제각각 자신의 할 일에 매진하는 가운데 유독 멀뚱히 서 있기만 하는 기자가 우스워보여 주의를 살피며 제대로 된 역할을 해내려고 노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20대 남성이 담배를 주머니에서 꺼내는 것을 포착했다. “죄송하지만 금연 구역입니다”라고 용기 있게 말했지만 빤히 쳐다보는 남성에 더 이상 할 말은 없고 금연홍보 어깨띠를 슬쩍 가르키며 완장(?)의 힘을 빌려 “보건소에서 나왔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흡연을 제지할 수 있었다.
■ 업소 주인의 따가운 눈총에 ‘단속반 속사정’ 공감
이번엔 보다 본격적인 단속을 위해 장소를 옮겨 안양 1동에 위치한 PC방으로 이동했다. PC방에 들어서자 어깨띠를 두르고 들어오는 불청객(?)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흡연 단속을 벌이는 중이라고 설명을 하고 PC방내 흡연이 이뤄지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암묵적으로 뭔가 불만을 표시하는 사장의 시선이 뒷통수를 따끔거리게 했다.
김 주무관과 장 주무관은 PC방 내 금연구역 안내 스티커 부착 및 흡연실 설치 유무, 흡연자 확인 등 구석구석을 살피며 흡연 단속을 벌였고 이를 토대로 ‘공중이용시설 지도 점검표’를 작성했다.
꼼꼼한 단속으로 생각보다 시간이 지체되고 질문이 길어지자 결국 사장도 참다못해 불만을 제기했다. 단속 과정에서 손님들의 시선이 단속반에 몰리며 뭔가 문제가 된 현장이라는 인식을 받았기 때문이다.
김 주무관은 흥분한 사장을 상대로 자초지정을 설명한 후 단속을 마무리했다. 기자 생활을 하며 남들에게 환대를 받기보다는 은연중 불청객 취급을 받았던 생각을 하니 왠지 기자와 단속 담당자의 공통점을 발견한 것 같아 헛웃음이 나왔다.
■ 화장실 흡연 여전히 심각… 단속·홍보 ‘고삐’
다음은 최근들어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안양역 지하상가 내 화장실 점검에 나섰다. 역시 현장에 도착했을때 여자 화장실 내 문제가 발생한 상황이었다.
장 주무관이 화장실을 점검한 결과,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에 흡연이 이뤄져 내부에는 뿌연 연기와 쾌쾌한 냄새가 진동했다. 상가 관계자들은 “다른 데 갈 필요 없다, 여기에 서 있으면 과태료 200만 원도 넘게 부과할 수 있다”며 평소 흡연 문제의 심각성을 토로했다.
안양역 뒷편 계단 역시 흡연이 공공연하게 이뤄져 민원발생이 끊이지 않은 곳으로 단속을 위해 현장을 방문하자마자 한 군인 남성이 버젓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단속반 등장에 어리둥절한 남성은 이곳이 금연구역이라는 설명을 듣자마자 황급히 담배를 끄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김 주무관은 남성에게 금연시설 현황에 대한 설명 및 금연 클리닉 권유 등 충분한 계도활동을 벌이고 향후 또다시 적발될 경우 과태료 부과 등 처분에 대해 설명했다. 이밖에 역사를 빠져나가며 습관적으로 담뱃불을 붙이려는 남성들을 대상으로 흡연제지 및 계도활동을 벌이느라 계단을 몇 차례 오르락내리락하니 다리가 뻐근할 지경이었다.
김 주무관은 “금연구역에서 흡연자에 대해 꼭 과태료 부과만이 목적이 아니다”라며 “이들에게 금연구역지정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계도활동을 통해 다시금 금연장소에서 흡연을 방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리저리 분주하게 뛰어다니다 보니 어느덧 오후 6시가 돼 이날의 체험활동을 종료하게 됐다. 체험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하루 일과를 마칠 때 습관적으로 물었던 담배를 이날만큼은 절제하며 보건소에서 준 손 지압기를 꾹꾹 누르며 금연 의지를 다지니 몸도 마음도 상쾌하게 하루 일과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안양=양휘모기자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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