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입학 예정인 초등학생을 붙잡으려는 유통가의 판촉 열기가 뜨겁다. 특히 책가방 시장은 14K 금장식까지 등장할 정도로 고급화 경쟁이 치열하다.
아이를 한 명만 낳는 시대에 책가방 시장이 커지는 것은 한 명에게 소비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저출산 시대의 외동 자녀는 ‘골드 키즈(Gold Kids)’다. 공주나 왕자처럼 자란다. 책가방도 하나만 갖고 다니지 않는다. 학교 갈 때, 학원 갈 때, 나들이 갈 때에 따라 그때 그때 골라서 멘다.
초등학교 입학 가방은 하나뿐인 아이의 첫 출발 선물이기에 비싼 가방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책가방과 신주머니 세트가 15만~20만원이면 중가다. 20만~30만원대가 프리미엄급이고, 일본 수입 브랜드는 60만원을 호가한다.
이렇게 고가 전략이 먹히는 현상은 ‘식스 포켓(6 pocket)’이라는 신조어를 낳았다. 자녀 한 명에게 부모, 조부모, 외조부모 등 6명의 재력이 몰리는 것이다.
여기에 이모나 고모가 더해져 ‘에이트 포켓(8 pocket)’이 되기도 한다. 조카를 돕는 능력 있는 이모, 고모를 통칭 ‘골드 앤트’(Gold Aunt)’라 부르기도 한다. 몇 년 전부터 구찌 칠드런, 펜디 키즈 등 명품 브랜드의 어린이용품 전문매장이 백화점에 몰리는 것도 한 아이에게 몰리는 여러 주머니의 힘이다.
어린이 책가방은 0~14세 용품을 파는 엔젤산업의 단면을 보여준다. 엔젤산업은 영유아 및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으로 엔젤지수(Angel Coefficient)에서 파생됐다.
가계 총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인 엥겔지수(Engel Coefficient)에 빗대, 아이를 위해 쓰는 보육ㆍ교육비의 비율을 엔젤지수라고 한다. 2013년의 엔젤지수는 17.7%로, 엥겔지수가 13%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엔젤지수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도 줄지 않는다. 특히 교육비를 미래를 위한 투자로 인식하기 때문에 부모들은 불황이 심할수록 교육비를 늘리지 않으면 불안해한다. 아이에게는 돈을 아끼지 않는 부모의 열정이 만든 엔젤시장은 기업엔 불황 돌파구다. 엔젤시장은 2012년 기준 27조원 규모다.
사람 이름을 붙인 엥겔이던, 천사라는 뜻을 가진 엔젤이던 식품비나 교육비는 현대인의 생활에 필수적이면서 이 수치가 높아질수록 삶의 질이나 인간다움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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