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복잡다단해지면서 범죄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다. 청소년 범죄, 어린이ㆍ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커다란 사회문제로 대두됐고, 폭력과 살인 등의 강력범죄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범죄 발생 원인과 사례 또한 다양해지고 새로운 유형의 범죄도 늘고있다. 범죄 예방을 위해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등에선 CCTV를 설치하거나 여성안심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엔 환경으로 범죄를 막는다. 바로 ‘셉테드’(CPTEDㆍ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다. 셉테드는 범죄예방환경설계의 줄임말로, 도시 환경설계를 통해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는 선진국형 범죄 예방 기법이다. 아파트ㆍ학교ㆍ공원 등의 설계 단계부터 범죄를 예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안전시설 및 수단을 적용해 도시계획 및 건축설계를 하는 것이다.
셉테드는 범죄는 치밀한 계획 하에 저질러지기보다 물리적인 환경에 따라 발생빈도가 달라진다는 개념에서 출발했다.
아파트 단지내에 놀이터를 짓고 주변에 낮은 나무 위주로 심어 시야를 확보하고 CCTV와 가로등을 설치하는 것, 침침한 수은등이나 나트륨등을 밝은 할로겐등으로 교체하는 것, 아파트나 다세대 주택 밖의 가스배관을 사람이 오를 수 없게 미끄러운 재질로 만드는 것, 지하철 등 공공장소의 엘리베이터 내부를 볼 수 있도록 투명유리로 설치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미국은 1970년대부터 셉테드를 도입했다. 코네티컷주 하트포트시의 경우 1973년 주거지 위험도로 진입차단, 일방통행 유도, 보행자 중심의 도로 폭 조절 등 셉테드를 적용한 후 1년간 강도범죄가 183건에서 120건으로 감소했다. 영국도 1989년 셉테드 원리에 기반한 ‘SBD(Secured By Design) 인증제도’를 시행했는데, 인증 지역은 범죄 및 불안감이 25~5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2005년 부천시가 국내 처음으로 고강동과 심곡동 주택단지에 시범 적용했는데 실제 범죄 발생률이 줄어 셉테드 효과를 입증했다. 경기도가 올해 안전망이 취약한 평택시와 시흥시의 다세대주택, 원룸 밀집지역 등 2곳에서 셉테드 사업을 전개키로 했다.
골목길 조명을 밝게하고 투명한 담장을 설치하는 등의 일상속 작은 변화가 범죄를 예방하고 안전한 주거환경을 만든다니, 셉테드의 확대가 필요해 보인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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