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논단] 효율적인 응급실 진료 받기

얼마 전 충격적인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응급실 진료 후, 약물 부작용 때문에 아이의 상태가 나빠졌다며 전공의를 폭행한 사건이었다.

물론 아이가 아플 때, 부모의 마음과 걱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특히나 야간에 아프기라도 하면, 응급실에 가야 하는지 심히 고민하게 되는데, 막상 급한 마음에 내원한 응급실에서는, 무언가 모를 부족함과 답답함이 느껴지고 화가 나기도 한다.

그렇다면, 아이가 얼마나 아플 때, 응급실을 가야만 할까? 물론, 정답과 기준은 없다. 아이의 상태가 급한 것 같고, 너무 걱정되면 내원하여, 검사 및 처치를 받는 것이 옳을 수도 있다. 진찰과 검사 후, 아이의 상태가 나쁘지 않다는 확인을 받는 것이 부모 마음에 큰 걱정을 덜어 줄 것이다.

또한, 질병은 확률 게임이 아니다. 가능성이 낮은 질환이어도 나에게 생기면, 나에게는 백 퍼센트 확률로 발생하는 것인 만큼, 심한 발열이나 복통, 구토나 설사 등의 증세가 지속된다거나, 탈수의 증거가 보이거나 아이의 전체적인 컨디션에 변화가 발생한다면 당연히 응급실을 방문하여 진찰 받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몇 가지 참고해야한다.

우선, 응급실은 말 그대로 응급 환자가 가는 곳이다. 대부분의 부모들에게 내 아이가 아픈 것은 누구에게나 감당하기 힘들 응급 상황이다. 하지만, 응급실 안에서 응급의 순서와 기준은 의료진에 판단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응급실에서는 외래 진료와 달리, 방문한 순서대로 진료를 보지는 않는다.

질환의 경중에 따라 나보다 늦게 온 사람이 먼저 진료를 받고 검사나 처치를 받을 수 있다. ‘이 병원에 의사가 저 사람 밖에 없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 그렇다. 대한민국 의료체계에서 각 병원마다 전문 인력을 일주일 24시간 내내 풀가동하지 않는 이상 한계가 있다.

지금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는 저 허름하고 지저분한 소아과 의사가 그 날 응급실을 일차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유일한 인력이다. 물론, 환자가 중하거나 급하면 이차 인력, 삼차 인력, 또는 그 이상의 인력까지도 대비는 해 놓고 있다. 필자의 핸드폰 또한, 1년 365일 24시간 대기모드이며, 당연히 응급 이물제거 등의 위장관 관련 문제가 있으면, 급한 경우에는 언제든 달려나간다.

가끔은 대학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여 전문의만 찾는 부모님도 있다. 대부분의 2차나 3차 의료기관의 경우, 각 세부 전공별로 1~2명의 전문의만이 있다. 그들 역시 모든 세부 전공별로 1주일 내내 주야간 근무를 계속할 수도 없지만, 대개 응급실 환자의 경우는 많이 보고 진료하는 응급실 전담 의사가 더 효율적 일 수 있다.

응급실 또한 무조건 소위 큰 병원으로 찾아갈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미 중증 환자로 가득찬 응급실에 상대적으로 경한 질환으로 내원할 경우, 일종의 방치 신세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 응급실은 급한 상황에서 찾아가는 곳인 만큼, 비교적 접근성이 있는 곳의 병원을 방문하여, 의료진에 판단에 따라 검사와 처치를 받고, 필요시에는 입원이나 상급 의료기관으로 전원을 가는 것이 맞다.

내 아이만큼은, 자라는 동안 단 한번도 응급실 신세 따위는 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겠지만, 급한 마음에 방문한 응급실에서 몇 가지 사항을 알고 의료진을 신뢰한다면, 더 나은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대용 중앙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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