홧김 가스호스 절단후 전자렌지에 밧데리·라이터 넣고 돌려…분노범죄인데도 계획적 범행

지난달 25일 오후 3시10분께 인천 연수구의 한 4층짜리 빌라 반지하 집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다행히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차에 의해 불은 꺼졌지만, 집 안에는 도시가스가 새 나오는 상황이어서 자칫 폭발과 함께 대형 화재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범인은 이 집에 살던 A씨(23). 자신이 얹혀살던 집주인이자 친형제나 다름없을 정도로 친한 동생 B씨(22)를 살해하려 B씨가 잠든 새 가스호스를 잘라 가스가 새 나오게 해놓고, 전자레인지에 휴대전화 밧데리와 휴대용 가스라이터 3개를 넣고 돌리고선 도주했다. 전자레인지 속 라이터 등이 터지면서 불이 나면, 집안에 흘러나와 있던 가스까지 폭발하도록 한 것이다.

B씨의 신용카드까지 훔친 A씨는 현금 150만원을 뽑아 인근 PC방 등을 전전긍긍했고, 결국 범행 일주일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조사결과 A씨는 사건 당일 야간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B씨가 자신을 무시하며 말을 함부로 하자 이에 격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인터넷 등을 뒤져 전자렌지를 이용한 범행 수법을 알아내 실행에 옮긴 것으로 조사됐다.

통상 순간적인 화를 이기지 못해 발생하는 이 같은 ‘분노 범죄’는 우발적인 상황이 잦아 흉기 등을 이용한 직접적인 범행이 대부분이지만, A씨는 사전 조사를 통한 치밀한(?)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일종의 분노 범죄인데도, (A씨는) 상당히 침착하게 계획적인 범행을 저지르는 특이한 행동을 보였다”면서 “A씨가 취직도 못 하고 동생에게 신세를 지고 살면서 오랜 시간 사회적 분노를 품고 있었고, 결국 B씨에게 폭발하며 극단적으로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10일 A씨를 살인미수 및 현주건조물방화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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