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마지막 방어선… 중증외상환자 골든타임 잡는다

아주대병원 경기도권역외상센터

▲ 치명적인 외상을 입은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동안에도 치료하기 위해 경기도권역외상센터의 의료진은 정기적으로 헬기에 타고 내리는 등 훈련을 받는다. 이 같은 훈련은 헬기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을 없애는 것은 물론 어떤 상황에서도 외상환자의 생명을 구하겠다는 의지를 방증한다.

“전국 지자체에서 유일하게 경기도와 경기도의회가 파격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설립이 본격 논의되기 수 년 전부터, 아주대병원은 물론 도와 도의회 모두 함께 씨앗을 뿌리고 단단한 풀뿌리를 내린 결과다.

이제 이 같은 조건을 기반으로 권역외상센터의 ‘표준’을 만들겠다.” ‘아덴만 영웅’ 석해균 선장을 살려내면서 중증외상환자 치료의 상징이 된 이국종 경기도권역외상센터 센터장의 포부다.

내년 2월 완공 예정인 경기도권역외상센터가 어디까지 왔나 살펴봤다.

중증외상환자 연 7천541명

지난 2013년 아주대병원은 복지부의 권역외상센터 공모에 선정됐다. 하지만 아주대병원은 이보다 10년 이상 앞선 2002년부터 국내 최초로 중증외상환자 진료시스템을 구축 운영해 왔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1천200여 만명의 인구수에 집중된 산업화에 따른 외상환자 수가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2013년 중증외상환자수 7천541명으로 연평균 13.3%를 기록하며 전국 1위, 같은 해 교통사고 발생 및 사망자수도 239건에 946명으로 역시 전국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럼에도 국내는 물론 전 세계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외상센터 현황은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전국 어디서나 1시간 이내 골든타임에 중증외상환자에 대한 진료 가능한 외상센터(선진국 레벨 1 기준)가 미국은 203개, 독일은 90개, 일본은 22개, 런던은 4개인 반면 한국은 0개였다.

지속적으로 인구가 유입되고 교통 요충 지역으로서 경기도의 외상환자 발생가능성은 점점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외상센터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넓게 확산된 것은 당연하다.

민·관 노력의 결실

외상센터의 필요성에도 외상치료가 가능한 대형병원은 질병환자가 많아 외상환자만을 치료하는 전담 인력, 중환자실, 수술실 등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또 대형병원이 외상환자를 위한 시설을 갖추더라도 지속적으로 다양한 인력을 투입해야 하고 장기간 환자를 치료하는 데 소용되는 비용이 적자 경영을 초래하는 등 민간병원에겐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결국 대형병원이 갖춘 인프라를 활용해 생명을 살리기 위해선 지자체 차원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전국적으로 정부 외 지자체 차원의 지원이 이뤄진 사례를 찾기 힘들다. 경기도와 경기도의회의 아주대병원에 대한 지원이 더 주목받는 이유다.

경기도는 2011년부터 헬기로 중증외상환자를 후송해 생명을 구하는 국내 최초의 중증외상환자 더 살리기 사업 ‘석해균 프로젝트’를 아주대 이 센터장과 함께 추진했다. 경기도의회 역시 2011년 4월 경기도 외상센터 구축방안 토론회를 갖는 등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방법을 모색했다.

아주대병원은 2010~2012년 2천415명의 외상환자를 치료해 전국 최다 외상 진료병원으로 기록, 2011년 이후 3년간 소방헬기 이용 외상환자 이송 및 치료건수가 450여 건에 달한다.

또 2012년 도와 도의회가 외상센터 건축비 200억원 지원을 결정하면서 중증외상센터로 선정된 병원 중 최초로 건물이 완공되기 전부터 생명을 살리는 일에 본격 뛰어들었다.

아주대의료원은 선정 후 자체적으로 인건비를 부담해 간호사 67명을 증원, 선정 전에 비해 응급실 내원 외상환자수가 21.1% 증가하고 수술건수도 45.8% 높아지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와 관련 이 센터장은 “많은 사람들이 경기도권역외상중증센터가 석해균 선장을 살리면서 시작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는 그보다 훨씬 앞서 도와 도의회, 그리고 의료진, 헬기 파일럿 등 많은 분야의 사람들이 탄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며 “경기도의 중증외상센터와 관련된 인적 자원은 전국 최고를 자랑한다”고 자부했다.

2020년 외상환자 사망률 10% 이하 목표

경기도권역외상센터는 3월 현재 공정률 11.6%로 오는 2016년 2월 완공 예정이다. 아주대 의료원 현 장례식장을 병원 내 다른 부지로 이전하고 그 자리에 지하 2층, 지상 6층, 연면적 1만930㎡ 규모로 건립한다.

 

센터는 100병상, 소생실, 진료실, 수술실, 영상검사실, 혈관조영실, 교수연구실 등의 시설을 갖춘다. 외상환자가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 지체없이 치료받아 살 수 있도록 전담 시설과 장비는 물론 인력도 대폭 충원할 예정이다. 외과, 흉부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응급의학과,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성형외과 등 8개 과에 이국종 센터장을 비롯해 의사, 간호사,행정직 등 371명이 근무하게 된다.

무엇보다 건립에 앞서 운영중인 외상센터에서 일하는 의료진은 한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헬기에서 사고 현장에 외줄을 타고 내려가는 것을 정기적으로 연습하는 등 “순직을 각오한” 사명감으로 근무중이다.

이에 본격적으로 권역중증외상센터가 가동되면 2010년 기준 35.2%인 외상환자의 예방 가능 사망률을 2020년까지 선진국 수준인 10% 이하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 센터장은 “외상중증센터는 생명의 마지막 방어선이다. 경기도가 이례적으로 고위직 공무원을 파견하고 도의회에서 공채까지 발행하며 파격적으로 지원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생명에 여야는 없었다. 이것이야말로 연정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권역외상센터의 ‘표준’을 완성하겠다”고 다짐했다.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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