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상가 위 횡단보도… ‘상인 생존권’이냐? ‘교통약자 인권’이냐?

국가인권위, 횡단보도 설치 거듭 권고

인천시·시경, 마땅한 대안없어 고심 거듭

지하상가 상인들 ‘매출감소 우려’ 반발

지상 도로변 상가는 “횡단보도 설치 마땅”

지하상가 위 도로에 횡단보도 설치를 놓고 지하상가 상인과 지상상가 상인 간 생존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23일 인천시와 인천지방경찰청에 따르면 현재 지역 내 지하상가는 총 15곳에 이르고 있으며, 지하상가 바로 위 도로와 교차로 등에 횡단보도가 설치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이들 지하상가 위에서 영업하는 상인들은 지하도 위에 횡단보도를 설치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3년 시와 인천경찰청에 횡단보도를 설치할 것을 권고했으나, 이들 기관이 최근까지 특별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자 국가인권위가 재차 횡단보도 설치를 촉구했다.

부평역 앞 상가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는 S씨(48)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차가 다니는 대로를 가로질러 가는 노인들을 볼 수 있다”며 “지상상가 매출뿐 아니라 시민안전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횡단보도가 설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지하상가 상인들은 생존권을 주장하며 횡단보도 설치를 반대하고 있다. 가뜩이나 침체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횡단보도마저 설치되면 지하상가 이용객이 대폭 줄어들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부평역 지하상가에서 휴대폰 판매점을 운영하는 K씨(38)는 “횡단보도가 설치되면 지하상가 이용객이 줄어 매출 감소로 이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유정복 인천시장은 최근 시정질의 답변에서 “적극성을 갖고 검토하겠다”며 횡단보도 설치 쪽에 무게를 뒀다.

유 시장은 “횡단보도가 설치되면 교통체증이나 지하상권이 붕괴될 우려가 있지만,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을 위해 인천경찰청과 유기적으로 협조해 설치토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준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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