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키높이 수술… 신분 은폐 작년 90여차례 범행 5억대 털어 인터넷 뒤져 직접 ‘만능키’ 개발 디지털 도어록 열기 ‘식은죽 먹기’
지난해 11월 인천의 한 아파트. 한 남성이 출입문의 디지털 도어록을 따고 침입해 수백만 원 상당의 금품을 털어 달아났다.
이 남성이 디지털 도어록을 딴 시간은 불과 1분 남짓. A씨(35)는 지난해 말까지 9개월 동안 무려 90차례에 걸쳐 빈집 등에서 수억 원을 훔쳤다.
A씨는 TV뉴스 영상을 통해 출입문을 따고 빈집을 터는 범행 수법을 알게 된 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범행에 필요한 도구를 개발하기 시작했고, 결국 자신만의 출입문 따는 도구를 직접 만들었다. 실내장식 업체에서 일했던 경험을 십분 활용했다.
A씨는 평균 3일에 한 번꼴로 서울과 인천 등 대도시 아파트를 돌며 초인종을 눌러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한 뒤 자신이 만든 도구를 이용해 빈집에 들어갔다. 범행 성공 확률은 100%에 달했다. 워낙 정교하게 만든 범행 도구 탓에 문은 쉽게 열렸고, 심지어 집에서 잠자는 사람이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소리없이 범행은 이어졌다.
특히 여러 차례 동종 전과가 있던 A씨는 범행에 앞서 지난 2011년 겨울 성형수술을 했고, 2012년에는 키 높이 수술(사지연장술)을 하면서 경찰의 추적을 따돌렸다. 여기에 가발을 착용해 자신의 신분을 철저하게 숨겨왔다.
하지만 범행 현장 인근 폐쇄회로(CC) TV를 분석하던 한 경찰이 보통사람과 달리 이상할 만큼 종아리가 더 긴 A씨의 행적을 수상히 여기면서 들통났다.
인천 남부경찰서는 30일 전국 고층 아파트 등을 돌며 수십 차례에 걸쳐 귀금속과 현금 등 5억 3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턴 혐의(상습절도)로 A씨를 구속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범행은 인정하면서도 “경찰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수술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A씨를 상대로 여죄를 캐고 있다.
이인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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