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 이재명 성남시장

‘성남스타일’ 파격행정은 계속된다

이재명 성남시장 집무실 책상에는 인기 애니메이션 ‘꼬마버스 타요’의 캐릭터 타요, 로기, 라니, 가니가 그려진 시내버스 장난감이 있다.

또 ‘로보카 폴리’ 캐릭터 폴리, 로이, 엠버, 헬리도 있다. 이 시장은 각각의 캐릭터 이름을 정확하게 외우고 있다.

성남시청 2층에 위치한 10평짜리 개인 집무실은 성남시청사 견학을 온 초등학생들이 꼭 들리는 필수코스로 자리 잡았다. 아이들은 시장실에 와서 인터뷰도 하고, 사인도 받고 기념사진도 찍는다.

그래서일까 이 시장은 ‘뽀통령(뽀로로)’, ‘폴총리(로보카 폴리)’의 뒤를 잇는 캐릭터 강자 ‘이통령’으로 불리며 성남지역 아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시장실에서 초등학생들과 놀기는 이재명 시장에게 짜릿한 일탈이자, ‘시민이 주인이다’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을 인식시키는 교육의 일환이기도 하다.

이 시장은 어린이들뿐 아니라 대한민국 지방자치단체장 가운데 가장 핫한 인물이다.

2010년 7월, 시장 취임 이후 우리나라 최초 지방정부 ‘모라토리엄’ 선언-3년 6개월 만에 4천572억원 부채 청산-호화청사 시민사랑방 전환-성남시립의료원 건립 추진-성남형교육지원사업-전국 최초 공공산후조리원 설치·지원 등 지난 5년간 이재명 시장은 지방자치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성과들은 만들었다.

호화청사, 부정부패, 재정파탄 등의 부정적이었던 성남시의 이미지는 깨끗하게 지워졌다.

성남은 현재 정치, 경제, 문화, 재정 등 모든 면에서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바로 이재명 성남시장이 있다. 언변도 좋고 당당하게 거침없이 일하기로 소문난 이재명 시장은 이 봄날 뭘 할까? 3월 17일 그의 집무실을 찾아갔다.

이재명이 주목받는 이유… ‘추진력’과 ‘철학’을 접목시킨 신선함

이재명 성남시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번째는 소년노동자-주경야독 중·고교 검정고시-법대 진학 후 사법시험 합격-판검사 대신 인권변호사로 이어지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인간 승리의 인생스토리다. 두번째는 추진력과 철학을 접목시킨 신선함이다.

이 시장은 2010년 민선 5기 취임과 동시에 시장실에 CCTV를 설치했다. 업자 등의 뇌물제공 의사를 사전에 차단하고 인사비리 척결을 위한 극약처방이었다.

또 공직자들에게 “직무와 관련해 공무원들에게 시장의 친인척이나 측근 또는 선거공신임을 내세우는 사람이 있을 경우 해당 업무를 그 즉시 중단하고 시장실로 보고해 달라”고 요청하며 편지까지 썼다.  

“시장으로서 공무원들에게 나쁜짓(?)은 절대 안 시킵니다. 대신 공정하고 투명하게 일하고 압력 받지 말고 소신대로 일하라고 당부합니다. 무사안일하게 일하면 용서 안 하니 몸은 무척 바쁠 겁니다. 제가 밀어부치는 힘이 크거든요.”

이 시장의 말처럼 그의 추진력은 2등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세다. 좋은 행정과 정책을 위한 타협은 있지만 정치적, 강요에 의한 타협(포기)은 없다.

2013년 11월 첫 삽을 뜬 성남시립의료원 건립이 대표적이다. 공공의료 영역이 매우 취약한 우리의 현실에서 돈벌이 보다는 공공성을 우위에 놓고, 그것도 성남이라는 하나의 기초자치단체에서 종합병원급 시립의료원을 건립하는 것은 분명 커다란 사건이다. 

 

▲ 이재명 시장은 성남시의 초고령사회에 대비해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라는 생각으로 전국 최초로 ‘노인 소일거리사업’을 도입하는 등 노인일자리 창출을 통한 처우개선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이재명 시장이 수정구 노인회지회를 방문, 윷놀이 경연대회에 참가한 어르신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

“공공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 성남시립의료원 건립에 반대 논리도 있었습니다. 이는 의지와 철학의 문제입니다. ‘적자 날게 뻔한 사업을 왜 하느냐’ 하는데 예상되는 연간 30억 적자는 그것이 회계장부의 마이너스로 표기돼 설령 적자라 불린다 해도, ‘착한 적자’, ‘건강한 적자’로 불려야 합니다.

영리 위주의 의료서비스에서 소외된 경제적 약자들에게 의지처가 됩니다. 당연히 투자할 가치가 있습니다. 이 돈들은 적자가 아니라 건강한 사회투자입니다.”

시립의료원 건립은 이 시장의 새로운 시작을 촉발한 사업이었기에 감회가 더 깊다. 시민운동을 하며 시립의료원 건립을 추진하다 몇 번을 실패하고 나서, ‘시장이 된다면 이것을 할 수 있을 텐데’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입술을 깨물려 정치인이 되겠노라 결심했던 그 숙명의 사업이었다.

이 시장은 성남시가 시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선 “돈보다 생명”이라는 철학으로 타협없이 성남시립의료원 건립을 추진시켰다.

“현재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비중은 9.5%까지 떨어졌습니다. 영국(100%), 캐나다(99.1%)는 물론, 멕시코(76.2%)에도 한참 못 미칩니다.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입니다. 돈의 무게가 생명의 무게를 결정하고 있습니다.

전국 최초의 주민발의운동으로 시작된 성남시의료원은 성남시 공공의료의 핵심거점입니다. 지난해 시공사 법정관리문제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모든 문제가 해결된 만큼 오는 2017년 개원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 이재명 성남시장이 3월 16일 ‘무상 공공산후조리’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성남시는 전국에서 최초로 올해 하반기를 시작으로 오는 2018년까지 성남시 수정구, 분당구, 중원구에 3개의 공공산후조리원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안전·의료·교육… 3대 공공성 강화

이재명 시장은 민선6기 실질적 1년차인 2015년 성남시의 정책 방향인 3대(안전·의료·교육)  공공성 강화 의지를 밝히고 모든 행정력을 올인하고 있다.

우선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해 ‘100만 시민주치의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시민주치의 제도는 가정마다 주치의를 지정해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를 위해 시는 올해 연구용역을 실시한 뒤 관련 조례를 제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최근엔 출산 장려에 도움이 될 만한 깜짝 복지정책을 내놓았다. 바로 저소득층부터 민간산후조리원 이용료를 지원하고, 전국 최초로 공공산후조리원 설치·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해 성남형 교육지원사업의 올해 예산은 204억원으로 작년 대비 18.6% 증가했다. 이를 바탕으로 시는 창의적 인재 육성의 기반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교과목, 논술, 진학컨설팅 등 대학입시 전문 인력을 지원하는 진학주치의 제도도 올해 처음 도입된다.

이를 위해 시는 성남시 모든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총 3억7천만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초등학교 1학년 대상 학습도우미 지원사업도 작년 대비 150% 늘어난 16억500만 원을 지원한다. 이에 따라 성남시 모든 초등학교 1학년 학급마다 학습도우미가 배치된다.

 

▲ 성남시가 입양한 유기견 ‘행복이(3세ㆍ암컷)’가 최근 3개월간의 경기도의 한 애견 훈련소에서 사회성 교육을 마치고 지난 3월 16일 늠름한 모습으로 돌아온 가운데 이재명 성남시장이 행복이의 귀환을 반가워하고 있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지대계입니다. 미래사회를 준비할 창의적 인재의 양성은 정부가 책임져야할 가장 의미있는 투자입니다. 교육은 개인의 일생을 결정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부모의 경제력이 기회의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야 합니다. 성남시는 창의적 교육과 공평한 교육의 기회를 보장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안전’ 공공성 강화를 위해서 전국 최초로 ‘시민순찰대’를 운영한다. 주변 치안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법의 사각지대인 각종 시민참여행사의 안전관리 업무도 병행한다. 또한 단독주택지역의 행복관리소와 연계해 택배 보관, 생활공구 대여, 아동 보호 등의 업무도 맡게 된다. 시는 올해 중 3개 지역을 선정해 ‘시민순찰대’를 시범운영할 계획이다.

“성남시 행정은 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도 충격적인 행정은 계속될 것입니다. 성남만의 ‘무상시리즈’를 준비 중입니다. 요즘 무상 개념이 공짜로 인식되면서 무상프레임이 나쁜쪽으로만 해석되는데 이는 옳지 않습니다.

시민이 낸 세금으로 마련된 제정이 기반된 시책은 무상입니다. 무상은 좋은 것입니다. 성남은 세금 철저하게 징수하고, 보도블럭, 도로포장, 토목공사 같은 불요불급 예산낭비를 철저히 막고, 부정부패 없애면서 거기서 생긴 돈으로 ‘무상’정책을 계속해 나갈 계획입니다.”

 성남시청공무원노동조합 출범 “꼭 필요한 조직, 대환영”

최근 이재명 시장은 새로운 가족을 맞이했다. 바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최대 규모의 단위노조로 3월 16일 출범한 성남시청공무원노동조합(성남시청공노조)이다. 이 시장은 대환영했다.

“노동조합은 꼭 필요하고 바람직한 조직입니다. 인권변호사 출신 시장으로서 기쁘게 생각하며 격려합니다. 갈등은 바람직하고 갈등이 없으면 안됩니다.

앞으로 노조와 공유하고 연대해야 합니다. 공무원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틀렸다고 말해야 변화가 시작됩니다. 저는 대한민국 사회의 부당한 일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내려고 합니다. 이런 행동이 소위 이 사회의 권력층의 분들이 보기엔 달갑지 않을 수도 있을 겁니다.”

 

▲ 이재명 시장이 집무실을 방문한 원광어린이집 원생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아닌 것을 아니라 말하고, 틀린 것을 틀렸다고 제 목소리를 내는 이재명 시장. 그래서 본의 아니게 세상과 언론의 이목이 집중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관심과 집중을 이 시장은 그냥 즐기는 달인이 됐다. 이 시장은 불행하게도 냄새를 잘 못 맡는다.

어려서 공장을 다니면서 후각을 잃어버린 탓이다. 벤젠, 신나. 페인트로 작업을 한 후유증이다. 몇 해 전 검사를 했더니 후각기능의 55%를 상실했다고 한다.

그래서 냄새로 세상의 맛과 행복을 느낄 수 없다. 대신 촉각은 좋다. 어렸을 때는 한 손으로도 고기를 잘 잡아 ‘족대왕’, ‘어신’으로 통했다.

이 시장은 없는 것, 잃은 것을 탓하지 않는 강인한 성격의 소유자다.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하고 본인의 장점을 200% 발휘해 ‘시민이 주인인 성남, 시민이 행복한 성남’을 만드는데 집중한다.

그러면서 이 시장은 시민들에게 “관심 가져달라”고 부탁한다. 성남 시정이 잘 돼나, 공무원들이 열심히 일하나, 또 이재명 시장이 혹시 도둑질 하지 않나, 게으르지 않나 잘 살펴봐달라고 말이다.

글=문민석·강현숙기자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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