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태교도시 용인

이연섭 논설위원 ys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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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면 바로 한 살이 된다. 엄마 뱃속에서 자라는 10개월 동안을 생명체로 보기 때문이다. 뱃속에 있는 동안 아이는 바깥의 소리를 듣고, 엄마가 먹는 것을 같이 먹고, 엄마와 감정을 똑같이 느낀다. 엄마의 마음가짐과 몸가짐이 태아에게 그대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래서 옛날이나 지금이나 ‘태교’를 중요시했다. 조선시대 여성들도 태교를 했다. 임신을 하면 몸가짐을 반듯하게 하고 옛사람의 태교법에 따라 실천했다.

이사주당(李師朱堂ㆍ1739∼1821)은 조선후기 ‘태교신기(胎敎新記)’라는 책을 지어 태교의 중요성을 알린 여성이다. ‘태교신기’는 1800년에 한문으로 지어진 세계 최초의 태교 관련 저술이다.

자녀 교육을 제일의 관심사로 여겼던 이사주당은 ‘여범’과 ‘소학’ 등에 소개된 태교법과 민간에 전승되는 태교 등을 수집하고, 자신이 네 아이를 임신하고 낳아 기르며 경험한 것들을 ‘태교신기’에 실었다. ‘언문지’를 비롯해 100여권의 저서를 남긴 실학자이자 언어학자인 유희가 이사주당의 아들인 것도 우연은 아닌 듯하다.

사주당은 62세의 나이에 이 책을 썼는데 20년이 지나 아들 유희가 책의 내용을 편집해 만든 것이 오늘날 전해지는 ‘태교신기’다. 유희는 사주당의 글을 10편으로 나누고 우리말로 해석했다. 태교의 중요성, 조용한 환경과 편안한 마음가짐, 올바른 생각과 일하기, 먹기, 자기 등 구체적인 태교 실천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사주당은 태교의 목표를 인성을 갖춘 군자에 뒀다.

사주당은 ‘태교신기’를 통해 “스승의 가르침 10년이 어머니의 뱃속 교육 10개월만 못하고, 어머니의 10개월 교육이 아버지가 잉태시키는 하루를 삼가는 것만 같지 못하다”라며 아버지의 도리도 강조했다. 또 “태교는 임산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온가족이 함께하는 것”이라며 가족태교의 중요성도 일깨웠다.

이사주당은 용인시 모현면에 잠들어 있다. 용인시는 ‘태교신기’가 매몰돼가는 인간성을 회복하고 각종 사회병리를 치유할 수 있는 지역의 훌륭한 문화유산이라고 보고 ‘태교도시’를 지역 브랜드화하기로 했다. 8월 중 태교도시 선포식을 갖고, 태교축제도 펼칠 계획이다.

용인시가 태교도시라는 독특한 브랜드로 출산율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사거용인(死居龍仁)’의 이미지를 벗고 요람에서 무덤까지 살고싶은 도시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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