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수학여행 중이었다 / 교실에서처럼 선실에서도 가만히 앉아 있었다 / 가만히 있으라, 가만히 있으라 / 그 말에 아이들은 시키는 대로 앉아 있었다 / … 움직여라, 움직여라, 움직여라 / 누군가 이 말이라도 해주었더라면 / ’ (나희덕 시 ‘난파된 교실’ 일부)
‘돌려 말하지 마라 / 온 사회가 세월호였다 / 오늘 우리 모두의 삶이 세월호다 / 자본과 권력은 이미 우리들의 모든 삶에서 / 평형수를 덜어냈다’(송경동 시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 일부)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선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났다. 승객 476명을 태우고 인천-제주를 운항하는 대형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것이다. 이 사고로 안산 단원고 학생 250명을 비롯해 304명이 희생됐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진도에는 봄이 없다. 개나리와 벚꽃 천지인 남도의 봄은 당시 사망자들을 수습하느라 섬 전체가 통곡과 슬픔에 묻혔다. 아픔은 참사 1주년을 맞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은 시신을 찾아달라며 팽목항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한때 실종자 가족이었던 유가족들이 함께 고통을 나누고 있다. 이들을 지켜보는 진도 주민들의 속도 타들어간다. 함민복의 시처럼 ‘숨쉬기도 미안한 4월’이다.
요즘 팽목항은 하루 1천여명의 추모객이 다녀갈 정도로 다시 북적인다. 팽목항엔 살아남은 자들의 ‘리멤버 416’이 켜켜이 쌓여가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는 살아남은 자들의 다짐과 약속이 담겨 있다. 눈에 띄는 것은 방파제 끝에 위치한 3m 높이의 빨간색 ‘희망의 등대’다.
등대는 세월호 침몰로 숨진 304명의 숫자만큼 계란 모양의 전등이 장식돼 있는 설치작품이다. 등대 앞에는 ‘기억하라 416’이란 글자를 새긴 부표가 떠있다. 등대 옆 우체통에는 주인 잃은 편지가 수북이 쌓여있다.
팽목항은 물론 전국에서 세월호 추모 물결이 일고 있다. 지난 10일 저녁엔 안산 고잔동에서 고교생 2천여명이 모여 추모문화제를 가졌다. 안산의 한 상가건물엔 건축계 인력들이 희생자 304명의 생전 흔적을 모아 ‘세월호 기억저장소’를 만들었다. 또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의 아들인 숀은 팽목항에서 4.16km 떨어진 무궁화동산에 ‘세월호 기억의 숲’을 조성하고 있다.
역사적 비극 앞에 말을 잃은 이들이 글로, 노래로, 몸으로, 각자 가진 재능으로 세월호를 기록하고 있다. 또 가슴으로 세월호를 기억하고 있다. 세월호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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