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부들의 삶과 애환이 깃든 탄광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곳이 여러군데 있다.
정선의 화암동굴은 1922년부터 1945년까지 금을 캤던 천포광산이 자리했던 곳으로 국내 5위 금광이었다. 금광 굴진 작업 중 천연 종유동굴이 발견됐고, 폐광이 된 후 금광 갱도와 함께 ‘금과 대자연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테마형 동굴로 개발됐다.
천연 종유굴은 2천800㎡ 규모의 광장이고 관람 길이는 1천803m나 된다. 화암동굴은 종유석이 자라고 있는 동굴생태 관찰, 금 채취 및 제련 과정 등 동굴체험교육 현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언양에 있는 자수정 동굴나라는 자수정을 캐내던 광산이었다. 자수정은 일제강점기와 해방후 고가에 수출됐으나 이후 경제성이 없어 폐광으로 방치되다 새롭게 단장됐다. 채광 당시의 광산 모습 그대로 개발된 관광지는 마치 지하궁전 같다. 총연장 2.5㎞에 이르는 동굴은 영롱한 조명과 인공분수 등 다양한 시설로 찾는 사람들을 즐겁게 만든다.
수도권 유일의 동굴 관광지인 광명동굴은 1912년 일본이 가학산에 광산을 개발, 금ㆍ은ㆍ동, 아연 등을 캐던 곳이다. 여기서 채굴된 광물은 일본으로 보내져 태평양전쟁의 무기가 됐으며, 해방 후에는 수도권 최대의 금속광산으로 경제 부흥의 토대가 됐다.
1972년 폐광된 뒤 방치되다 1990년대 초부터 최근까지는 인근 소래포구에서 생산한 새우젓을 보관하는 장소로 활용됐다. 이후 광명시가 2011년 1월에 매입, 문화와 관광이 접목된 테마파크로 만들어 2012년 7월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길이 7.8㎞에 지하 275m까지 내려갈 수 있으며, 총면적 34만2천797㎡에 8개 갱도로 구성됐다.
흔히 가학산동굴로 불리던 이곳은 입소문을 타면서 누적 방문객이 100만명을 넘어섰다. 올 들어 짜임새를 높이기 위해 3개월간 리모델링으로 20개의 테마공간을 갖춘 뒤 지난 4일 ‘광명동굴’이란 이름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동굴엔 공연장, 아쿠아월드, 황금길, 동굴폭포, 약수터, 와인레스토랑 등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가 있다. 광명동굴은 수도권 어디에서든 1시간 안팎이면 갈 수 있어 가족 나들이 공간으로 안성맞춤이다.
폐광에서 최고의 관광지로 거듭난 광명동굴에는 다른 관광지에서 찾아볼 수 없는 다양한 콘텐츠와 스토리가 있어 문화관광 명소로 꼽힌다. 폐광의 변신은 화려했다. 광명시의 노력이 컸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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