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단원고 탁구부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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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의 유니폼 위 옷깃에는 노란 리본을 달았다. 물병에는 ‘Remember 0416’이라는 문구를 새겼다. 전국탁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한 안산 단원고 탁구부 선수들의 ‘특별한’ 모습이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로 친구 250명과 교사 15명을 잃은 슬픔을 이겨내고 전국남녀종별선수권대회 2연패를 일궈냈던 단원고 선수들이 1년이 흐른 뒤 다시 전국대회 결승 무대에 섰다. 지난 17일 여고부 단체전 결승이 펼쳐진 전주 화산체육관.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간직한 단원고 탁구부 선수들은 대구 상서고와 결승 대결에 나섰다.

박세리 김민정(3학년), 노소진 이지은(2학년)으로 꾸려진 단원고 탁구부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 우승을 했으나 웃을 수 없었다. 친구, 언니ㆍ오빠, 선생님이 탄 배가 침몰했다는 소식을 들은 선수들은 우승컵을 들고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려야 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우승이었다. 특히 당시 대회 출전으로 2학년 동급생들과 함께 수학여행에 나서지 않았던 박세리ㆍ김민정은 더욱 가슴이 아팠다.

1년이 흐른 지금 선수들의 스매싱의 매서움은 여전했지만 사라진 웃음기는 아직 되찾지 못했다. 이제 졸업반이 된 선수들은 슬픔을 이겨내고 아픈 상처를 감추기 위해 더욱 씩씩하게 라켓을 휘둘렀다. 세 시간 넘게 펼쳐진 결승전에서 이들은 하늘나라 친구들에게 승리의 기쁨을 전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준우승에 머물렀다. 선수들의 눈에서 굵은 눈물 방울이 쏟아졌다.

선수들은 “하늘의 친구들과 모교에 우승 선물을 전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비록 우승을 놓쳤지만 학부모와 코치, 교사들은 학생들을 자랑스러워했다. 슬픔을 딛고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대견하다’며 박수를 보냈다.

선수들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어려운 환경에서 묵묵히 땀을 흘렸다. 연습장으로 쓰던 학교 체육관이 사고 이후 한동안 상황실과 심리치료실로 쓰여 연습을 제대로 못했다. 단원고란 학교명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밖에 다니기도 힘들 정도로 시선을 받았다.

하지만 선수들은 이를 극복하고 열심히 훈련했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 뛰어난 플레이를 펼쳤다. ‘별’이 된 친구들에게 승전보로 작은 기쁨과 위안을 주고 싶은 마음에 온 힘을 쏟아냈던 선수들, 지난 1년간 자란 키 만큼이나 마음의 키도 훌쩍 자란 것 같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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