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눈 앞을 스쳐 날아가듯이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如鳥過目)는 말이 있다. 요즘 이 말을 실감하고 있다.
지난달 9일 중소기업중앙회 인천지역본부장으로 취임한 지가 어제 같았는데 한 달이 훌쩍 지나가고 벌써 벚꽃이 만발했다.
지역현안을 파악하고 현장에서 답을 찾기 위해서 취임하자 마자 아침부터 저녁까지 지역내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소기업유관기관, 인천시 관계자 등을 만나고 있다.
경기가 없다고 힘들어 하는 부평지하 상가의 소상공인, 엔저로 수출이 어렵다고 하는 남동공단의 중소기업인, 대기환경 문제로 애로를 겪고 있는 주물공단의 기업인, 요즘 애로가 부쩍 늘었다는 지원기관장, 재정문제로 고민하는 공무원 등 인천의 각 경제주체들이 처한 입장을 느낄 수 있었다.
문득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경제력, 기술력에서 열세였던 로마인이 세계를 주도할 수 있었던 것은 어려운 과정속에서 교훈을 얻고 그 문제를 해결해 나갔기 때문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필자는 인천을 둘러싸고 있는 문제는 사실 글로벌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한 인천의 성장통이라고 생각된다. 핵심은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실천하는데 달려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매월 실시하는 경기전망조사에 의하면 35개월째 내수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물품이 팔리지 않다 보니 생산은 감소되고 고용도 줄고 중소기업의 경영이 어려워지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고 있다.
대기업의 영업이익은 늘어나는데 협력업체들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 대기업은 수백조원의 사내유보금을 쌓아두고 투자를 기피하고 있다. 이에 반해 국민 고용의 88%를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은 부실화되고 있고 이는 국민의 소득감소, 내수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 정부와 지자체는 과감하게 중소기업 중심, 소상공인 위주의 경제정책으로 대전환을 해야 한다. 창의와 혁신의 원천인 중소기업이 활발하게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기업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대기업이 골목상권까지 들어와서 장사를 해서야 되겠는가?
탁상공론적인 정책도 배제해야 한다. 최근 거론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은 현실과는 맞지 않다. 기업이 감내할 수 없는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축소, 폐업으로 이어진다. 오히려 농촌의 고령자·장애인 등 취업 취약계층 근로자들은 최저임금 보다 적게 받더라도 안정적으로 일하기를 희망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별·연령별 최저임금제 도입이 필요한 이유다.
인천지역은 지정학적으로 축복받은 지역이다. 하늘 길로 외국인 관광객이 들어오고, 바닷길로 우리의 물자가 해외로 나가며, 땅 길로 수도권 2천500만명 사람들이 오가며 인천을 느끼고 있다.
또한 남동공단과 주안공단, 새로이 떠오르는 서구와 송도·청라 신도시, 영종도 인천공항 등 성장잠재력을 갖추고 웅비의 때를 기다리고 있다. 세계최고의 점포수를 자랑하는 부평지하도상가, 종합어시장 및 연안부두 등 인천경제를 도약시킬 수 있는 기본 틀이 이미 갖추어져있다. 문제는 어떻게 이를 활성화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17만여 중소기업·소상공인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중한 것을 느끼게 해준 현장속에서 만난 모든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야겠다고 마음가짐을 가져본다.
대한민국의 꿈, 동북아 평화도시와 통일 한반도의 중심으로 우뚝 서는 인천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재원 중소기업중앙회 인천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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