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에 ‘정보통신 기술’ 접목 컴퓨터로 들어온 들판 ‘원격조정 농사’ 현실로

[경기농업 100년, 미래를 준비한다] 2. ‘ICT’가 경쟁력이다

▲ 도농기원 연구사들이 식물공장에서 재배되는 버섯들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최근 들어 농업을 흔히 ‘사양산업’이라고 평가절하한다. 농업분야의 개방이 가속화되고 농업구조가 취약해질수록 우리 농업의 쇠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ICT 농업이 우리 농업의 희망이 되고 있다. 농업은 그동안의 전통적인 생산방식에서 탈피해 생산과 가공ㆍ유통이 결합한 6차 산업으로 범위를 확대하고 있으며, IT(정보기술), BT(생명공학기술), ET(환경기술), NT(나노기술) 등 융합기술과의 접목을 통해 고부가가치 융복합 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ICT농업은 농업 생산ㆍ유통ㆍ소비의 전과정에 ICT를 접목해 농산업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고 새로운 산업 수요와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농업인구의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 기상 이변에 의한 생산의 불안정성, 복잡한 유통구조에 따른 유통비용 상승, 급변하는 소비자 기호 변화 등 농산업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이에 경기도 농업현장의 ICT기술 적용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살펴본다.

■ 농사 아직도 손으로 짓니? 우린 컴퓨터로 한다~

#사례 하나 = 광주에서 버섯을 재배하는 A사장은 휴대폰의 알람 문자를 받고 새벽에 잠에서 깨어난다.

현재 A사장이 재배하고 있는 흑타리 버섯은 재배온도에 매우 민감한데 재배사내에 설치해둔 온도센서로 측정한 재배사 온도가 적정 재배온도를 벗어났다는 문자가 왔기 때문.

재작년에 구축한 u-IT기반의 버섯 생장관리 시범사업으로 설치한 버섯재배사 관리시스템에 의해 재배사의 생육환경이 실시간으로 측정되고 있어 재배사 온도가 이상할 경우 휴대폰으로 즉시 전달돼 큰 손해를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

#사례 둘 = 고양에서 화훼재배를 하고 있는 B사장은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컴퓨터를 켜고 화훼 생육관리 프로그램을 실행한다.

지난 밤 사이에 장미를 재배하는 유리온실의 온ㆍ습도를 비롯한 재배환경의 변화가 실시간으로 인터넷을 통해 컴퓨터에 저장돼 이상 유무를 확인할 수 있고, 온실에 설치한 CCTV를 이용해 온실에 나가지 않고도 온실 상황을 관측할 수 있다.

B사장이 농장에 나가지 않아도 컴퓨터로 온실상황을 모두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지난 2009년 정부 지원사업으로 설치한 u-IT 화훼생장환경관리시스템 덕분이다.

지난 2004년 정보통신부의 IT 융합 모델화 사업으로 시작된 농업ㆍ농촌 ICT 융복합 기술개발 및 확산 정책은 2010년부터 농림수산식품부가 주관하면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농식품부에서는 그동안 시설원예, 축산, 유통, 수산 등 농식품 분야에서 22개의 ICT융합모델 개발을 완료하고, 지난해부터 농업생산 부문을 중심으로 한 농식품 ICT융복합 확산사업으로 확대해 희망농가를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 상추 등 채소류에 대한 생육관리를 컴퓨터로 제어하는 모습.

■ ICT융합기술, 미래형 첨단농업 ‘길라잡이’

그동안 경기도에서는 지역의 주요 작목인 화훼와 버섯농가를 대상으로 농업 ICT사업이 이뤄졌다.

농장을 대상으로 ICT기술을 적용한 시범사업으로는 고양시 시설화훼 농가를 대상으로 한 2008년 u- 화훼 생장환경관리 시범사업이 처음이다.

이 사업은 사업 효과가 매우 좋아 이듬해에 파주 등 4개 시ㆍ군 15농가에 추가 사업이 이뤄졌고, 인공광원과 온ㆍ습도, 조도, 일사량, PH, EC 등 센서 기반 화훼 생장환경 관리기술이 투입돼 화훼 출하시기가 연간 40일 단축되고 생산량도 87% 증가되는 성과로 이어졌다.

도내 주요 특화작목인 버섯 선도농가를 대상으로 한 ICT사업은 지난 2008년 G마크 머쉬하트 이력추적 관리시스템 구축사업이 시범적으로 실시됐으며, 2013년 광주와 안성의 버섯 농가를 대상으로 u-IT기반의 버섯 생장관리 분석시스템 사업이 추진됐다.

이 사업을 통해 버섯 생장관련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수집되고 있으며 향후 버섯연구소 전문가에 의해 분석돼 품종별 최적 생육모델 개발과 농가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컨설팅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도농기원에서는 2011년부터 태양광 병용형 식물공장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는 재배되는 작물에 알맞게 온ㆍ습도가 자동으로 조절되고 공장 가동에 필요한 에너지는 태양광과 지열을 사용한다.

종자 파종과 수확작업도 로봇에 의해 자동으로 진행되도록 돼 있어, 기존의 농업 개념을 완전히 탈피해 ICT기술을 이용한 미래형 첨단 농업의 모델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농식품 유통 및 가공, 판매와 소비, 농촌생활 등 모든 농업분야에서 적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 농업 경쟁력 전진기지 ‘ICT거점지원센터’

ICT기술을 농업생산에 활용하면 정밀한 농장관리와 원격 관리가 가능해져 생산비를 절감하고 품질이 좋은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ICT융복합 기술의 농업적 이용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ICT시스템의 유지관리와 사후관리 문제다.

농장의 작물 생육환경 측정과 환경조절에 사용하는 각종 센서들이 외국산이다 보니 가격이 비싸고 고장이 나도 정비가 쉽지 않다. 또 센서와 소프트웨어, 시스템 구축업체가 모두 달라 장비가 고장났을 때 책임지고 수리하는 업체가 없거나 수리기간 역시 오래 걸린다.

 

▲ 연구사들이 자동화 센서로 버섯 재배사내 온습도를 체크하고 있다.

농가의 정보화 능력과 인식 부족도 ICT기술 적용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 컴퓨터와 정보통신기술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설치한 시스템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거나 농장의 생산성 향상에 꼭 필요한 생육관련 데이터의 수집과 관리가 부실하다.

특히 정부 지원이 ICT시설과 장비지원에 한정돼 있어 사후 운영관리에 대한 지원이 미흡하고, 농가가 사업비 부담에 비해 사업효과를 확신하지 못하는 것도 ICT사업 확산을 더디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도농기원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올해부터 ICT융복합 기술의 농업적 이용 확대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수립, 추진하고 있다. 우선 올해 도농기원은 ICT융복합 거점지원센터를 설치해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거점지원센터를 통해 ICT사업 참여농가와 향후 희망하는 농가의 정보화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시스템의 유지보수와 이용 컨설팅 교육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특히 도내 ICT업체와 연구기관, 농과계 대학과의 산학연 협력체계를 구축해▲농가별 최적 농장관리 컨설팅 ▲시스템 유지보수 ▲생육데이터 분석과 경영관리 기술 보급도 병행할 계획이다.

도농기원 작물연구과 정구현 박사는 “농업 생산 뿐만 아니라 농식품 가공, 유통, 판매, 농어촌, 소비안전 등의 전 과정에서 ICT기술의 이용을 활성화해 경기도의 농업경쟁력 향상과 함께 소비자의 안전한 농식품 소비활동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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