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따 대고’ 반말이야? ‘얻다 대고’ 반말이야? ‘어따 대고’와 ‘얻다 대고’, 어떤게 맞을까. 써보기까지 하지만, 어렵다. 100명 중 98명은 틀린다는 맞춤법이다. 결론은 ‘얻다 대고’가 맞다.
우리 맞춤법이 헷갈리는 게 많다. 어의없다 어이없다(○), 금새 금세(○), 왠일이니 웬일이니(○), 몇일 며칠(○), 셀레임 설렘(○). 제가 할께요 할게요(○). 우리나라는 문맹률이 세계적으로 제일 낮다고 하고 한글을 잘 쓰는데도 맞춤법에 맞게 제대로 쓴다는 게 어려울 때가 많다.
정치인들도 맞춤법을 틀려 망신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재오 의원은 특임장관 시절 태극기를 ‘태국기’로 잘못 써 곤혹을 치렀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꿈꿈니다. 2012.10.18 안철수’. 안 의원은 어디 방명록에 ‘꿈꿉니다’를 잘못 써 맞춤법 잘못 표기 사례로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
최근 인터넷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기상천외한 맞춤법 실수가 화제다. ‘나보고 일해라 절해라(이래라 저래라) 하지마’ ‘갈수록 미모가 일치얼짱(일취월장)’ ‘삶과(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곱셈추위(꽃샘추위)’ ‘쇠뇌교육(세뇌교육)’ ‘힘들면 시험시험(쉬엄쉬엄) 해라’ ‘장례희망(장래희망)’ ‘설흔(서른) 즈음에’ ‘골이 따분한(고리타분한) 성격’ 등등. 맞춤법을 헷갈려서 실수로 쓴 게 아니라 애초부터 단어의 의미를 잘못 알고 있는 사례들이다.
한 네티즌은 “진짜 갈 거야?”라는 문자에 상대방이 “엉 마마잃은중천공이라고 가야지”라고 답한 것을 캡처해 온라인에 올렸다. 이는 ‘남아일언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을 잘못 쓴 것이다. 이 같은 맞춤법 파괴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사례들을 보며 배를 잡고 웃지만, 그냥 웃을 일만은 아니다.
요즘 취업준비생들의 국어 맞춤법과 띄어쓰기 스터디 모임이 붐이라고 한다. 자기소개서 등의 맞춤법 실수를 줄이기 위해 ‘900점 이상’ 토익 점수와 각종 봉사활동 경력, 자격증 같은 ‘고(高)스펙’을 갖춘 이들이 한글 맞춤법 공부에 매달리는 진풍경이다.
중ㆍ고교 때 입시 위주의 국어 교육을 받아온 학생들이 대학에 와서도 취업 위주의 스펙 쌓기에 매달리다 보니 국어 맞춤법이 엉망이다. 글쓰기 훈련이나 독서가 부족한 이들이 우리말 쓰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게 당연할지 모르겠으나 뭔가 대책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이연섭 논설위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