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통고(通告) 제도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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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A군은 툭하면 학교에서 말썽을 일으켰다. 교사의 수업진행을 방해하고, 친구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가 하면, 크고 작은 절도를 일삼았다. 학교 측은 A군을 여러차례 징계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A군의 부모도 통제가 안 된다며 두 손을 들었다. 학교는 A군을 법원에 통고했다.

통고(通告)는 부모나 학교장, 사회복리시설, 보호관찰소의 장이 범죄를 저지른 만 19세 미만의 청소년을 법원에 넘기는 제도다. 경찰이나 검찰 등 수사기관을 거치지 않고 바로 법원에서 조사 및 심리를 하기 때문에 전과기록이 남지 않는 것이 큰 장점이다.

나중에 범죄기록이 확인돼 취업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 상황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정과 학교 등에서 청소년의 비행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할 때 활용된다.

통고는 1963년 소년법 제정 때부터 도입됐지만 수십 년간 잘 활용되지 않았다. 전과나 수사 기록이 남지 않는 장점이 있다지만 부모가 자식을, 학교가 학생을 범죄자로 만드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최근엔 부모들이 통고의 장점을 이해하고, 아이에게 범죄경력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법원 소년재판부에 “소년보호재판을 해달라”고 청구하는 ‘통고’ 사례가 늘었다. 학교나 집에서 컨트롤이 안되는 아이들의 가출이나 비행을 말려달라며 법원에 ‘자식 관리’를 부탁하는 것이다.

실제 서울가정법원에 접수된 통고는 2011년 7건에서 2012년 23건, 2013년 39건, 2014년 35건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증가한 배경에는 학교에서 체벌이 금지돼 학생을 통제할 수 없게 되자 최후의 수단으로 쓰인 것도 한몫했다.

통고를 통해 보호처분을 받은 아이들은 학교ㆍ가정에 빠르고 안정적으로 복귀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범죄 사실을 증명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수사기관ㆍ형사재판부와 달리, 소년재판부는 아이들을 처벌하는 게 아니고 반성의 기회를 주고 앞으로의 계획과 다짐을 들어보는 등 ‘선도’에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비행 초기 단계에 있는 청소년의 마음을 돌리는 데 훨씬 효과적이다.

자식이 속을 썩이지 않으면 그보다 행복한 일이 없다. 하지만 입시위주의 경쟁사회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비뚤게 나가고, 종종 부모나 학교가 통제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기도 한다. 혹여, 그런 어려움을 겪는다면 더 큰 일탈을 막기 위해 통고제도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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