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희 농어촌公 파주지사 노조지부장
“매일같이 현장에 투입되는 직원들의 피로를 풀어주는 것이 저의 가장 큰 임무입니다.”
지난 1996년과 1999년 두차례에 걸쳐 경기북부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파주지역은 임진강 최전선 양수장이 무려 16m 이상 침수되는 등 경기지역의 대표적인 침수지역으로 손꼽혀 왔다.
그래서 파주시민들과 농민들은 “장마는 걱정해도 한해(旱害)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해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계속되는 가뭄으로 농번기에 물길을 대지 못해 모심기가 두달 가까이 지연되면서 일부 농민들은 농사를 어쩔 수 없이 접어야 했고, 올해도 지난 겨울부터 마른 가뭄이 넉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임진강 유역이 말라가고 있다.
이에 한국농어촌공사 파주지사 직원들은 농업용수의 원활한 확보를 위해 임진강에 직접 몸을 담가 뻘 해체 작업에 나서는 것도 모자라 양수장의 보수ㆍ유지 관리를 위해 밤샘작업도 마다하지 않는 등 가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매일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주름살이 매일 늘어가는 이가 있다. 파주 월롱 출신으로 20년 가까운 농어촌공사 재직기간 중 대부분을 고향에서 활동 중인 김봉희 파주지사 노조지부장(43)이 그 주인공으로, 그는 요즘 관내 저수지와 양수장 등에서 활동 중인 동료 직원들의 안전과 피로를 걱정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고 말했다.
파주지사는 민통선과 드넓은 지역특성상 관리할 대상이 많아 70여명의 직원 가운데 50여명의 직원들이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교대 근무를 통해 보수 및 유지 관리 업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마른 가뭄이 이어지면서 직원들의 피로도는 이루 말할 수 없다는 것이 김 지부장의 설명.
김 지부장은 “임진강이 말라가면서 준설선이 직접 들어가지 못하는 곳에는 직원들이 속옷차림으로 삽을 들고 하루 20시간 동안 교대로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면서 “특히 분단이라는 특성상 임진강 인근에는 북측에서 떠밀려온 지뢰 등 위험요소가 많아 작업 환경이 상당히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래도 젊은 직원들이 ‘우리가 해야할 일’이라며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론 대견스럽기도 하지만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라며 “그래서 직원들이 조금이나마 소통하고 함께 할 수 있는 ‘2030모임’ 등을 만들어 술 한잔 기울이며 피로도 풀고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밴드로 실시간 정보를 공유하는 등 친밀감을 유지하고 있어 오히려 어려운 상황이 끈끈한 동료애로 발전한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흐뭇해했다.
김 지부장은 “현장에서 생활하는 직원들의 복지가 조금이라도 좋아질 수 있도록 본사 및 지역본부와 지속적인 협의에 나설 것이며, 어려운 여건에서도 묵묵히 맡은 바 일에 최선을 다해주는 동료들을 위해 청량제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김규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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