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담 신작소설 ‘나, 박문수’
주몽을 도와 고구려를 세운 국모를 조명한 <소서노> 를 시작으로 <소설 광해군> , <소설 대조영> , <선덕여왕> 등을 펴낸 소설가 이기담의 신작이 나왔다. 선덕여왕> 소설> 소설> 소서노>
숨겨진 우리나라 역사와 그 속의 다양한 인간상에 주목해온 작가답게, 이번에도 역사 속 인물을 내세웠다. 조선시대 대표적 암행어사로 회자되는 박문수가 주인공이다.
소설가 이기담은 그간 부지런한 역사 발굴 및 수집에 탁월한 상상력을 더해 수 백 년 전 인물을 현재로 호출해 왔다. 사랑과 권력을 모두 쟁취한 우리나라 최초의 여왕인 선덕여왕을 비롯해 소서노, 광해군, 대조영 등이 작가를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그려져 주목 받았다.
역사적 사실과 추론을 바탕으로 한 생동감 있는 장면 전개와 섬세하면서 힘있는 문장으로 역사 속 인물에 대한 몰입도를 높였다.
신작 <나, 박문수> (옥당 刊)에서도 ‘이기담표’ 매력은 이어진다. 나,>
일단 암행어사 아닌 ‘인간’ 박문수를 파고든 작가적 관점이 돋보인다. ‘어사’ 박문수는 학문이 깊고 진중하며 정의로운 인물로 각인돼 있다.
그러나 그가 어사였던 기간은 고작 1년 남짓. 박문수의 나이 서른일곱이 되던 해 관찰사로 초고속 승진을 하기 1년 전 처음 어사가 됐고, 4년 뒤인 영조 7년(1731)에 호서어사가 된 것이 전부다. 그럼에도 그는 600명이 넘는 조선시대 어사의 대명사가 됐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는 그 답을 찾아 박문수가 관직에서 펼친 정책을 살폈다. 그 결과, 박문수는 시집 장가를 가지 못하는 가난한 젊은이들의 혼인길을 열어주고, 재해로 고통받는 백성을 위해 나라 법을 어겨 곡식을 보내고, 자신의 재산을 털어 굶주린 백성을 돕는 등 어사가 아닐 때에도 언제나 백성곁에 있던 개혁가였다.
욱하는 성격 탓에 조정 대신의 견제 대상이었고 학문이 부족하다고 영조로부터 ‘공부하라’고 닥달 받아야 했던, 그럼에도 백성을 구하는데 확고한 원칙과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나, 박문수’는 언제나 너그럽고 똑똑한 ‘어사’보다 매력적으로 읽힌다.
작가는 또 소설에 망자가 된 박문수를 등장시켜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이중구조로 전개, 21세기 독자와의 공감대를 확보하는 데 안착했다.
민심을 헤아리기보다 당리당략을 따지고 의미없는 원칙을 고집하는 역사 속 양반네들의 모습은 죽은 박문수가 내려다보는 지금의 정치인과 다를 바 없다.
역사와 인물을 소재로 한 ‘역사소설’이지만, 그 속의 얽히고 설킨 정치와 당파 지도 및 등장 인물도 등을 보노라면 당장 마주하는 뉴스처럼 거리감이 없다.
안타까운 현실에,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밝힌 “박문수의 삶이 불안과 혼돈이 가득한 시대에 작은 빛이 되기를” 함께 희망해본다.
죽은 박문수가 소설가 본인의 연구 및 집필 과정을 지켜보는 장면을 통해 작가의 내면을 고백하고 작업실 광경을 노출시킨 대목도 이색적이다. 값 1만3천원.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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