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병역특혜자(?)이다. 하지만 군대 가기를 기피한 다른 병역비리자와 달리 현역으로 입대한 정반대 사례이다. 기자는 중학교 때부터 안경을 써야 했던 초 마이너스 시력자로 당시 병역법상 신체검사를 통해 단기사병 결정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신체검사날, 내 기대는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시력 담당자가 이름을 보더니 측정도 하지 않고 양쪽 눈 시력을 각각 1.0씩 부르면서 1급 판정(현역)을 내린 것이다.
곧바로 공중전화에서 들려온 아버지의 껄껄거리던 웃음소리에 아들을 군에 보내기 위한 내막을 알게 됐지만, 당시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은 지금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훗날 사회생활을 통해 군대시절의 경험이 큰 밑거름이 된다는 걸 인지했을 때에야 비로소 입대가 인생에 있어 소중한 한 단계였다고 자부하게 됐다.
수습기자로 들어와 하룻밤에 3~4시간밖에 못 자며 경찰서나 파출소를 돌고, 돌고 또 도는 흔히 ‘사쓰마와리’(경찰기자)를 거쳐 20년차의 기자가 된 것도 군에서 터득한 악과 깡이 존재한 만큼, 시력을 속여 이뤄진 입대에 대해 잘 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수십년의 세월이 흐른 현재 청년취업난 가중으로 입대 희망자들이 몰리면서 최고 6대1 이상의 입대경쟁률을 보인다고 한다.
반면 군에 가기 싫어 손가락 절단, 정신질환, 문신, 동공운동장애, 체증 증감량 등 신체손상이나 속임수를 쓰는 독한 청년들도 있고, 징소집 기피로 사법기관에 고발된 청년들이 연간 수백 명에 달하고 있다.
남자로 태어나 어떤 형태로 됐든 군에 입대하는 계기나 과정은 삶에 분수령이 될 정도로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 많은 예비역들이 술자리를 빌려 앞다퉈 내놓는 공통적인 의견이기도 하다. 이에 군생활이 정체된 시기가 아닌 자신을 몇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고귀한 시간이라는 ‘불변의 법칙’은 군에 입대하는 젊은이들이 반드시 되새겨야 할 부분이다.
이용성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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