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대교 ‘강풍’ 과속단속 카메라는 ‘맑음’… 참사질주 망령

안갯속 영종대교 100중 추돌사고 이후에도 여전히 강풍이나 빗길 등 악천후 교통안전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태풍 노을이 북상한 지난 12일 오후 4시께 인천대교. 승합차, 승용차 할 것 없이 오가는 차량이 바람에 휘청였다. 이날 인천대교의 최대 풍속은 무려 16m/s, 수목 전체가 흔들리고 바람을 안고 걷기 힘든 ‘강풍’으로 분류될 정도의 세기다.

운전자들은 바람에 떠밀려 마치 졸음운전을 하듯 차선을 넘나드는 차량을 제어하지 못해 아찔한 장면을 연출했다.

이러한 강풍에도 차량 대부분은 시속 90㎞가 넘었다. 인천대교 전광판에는 강풍주의와 감속을 안내하는 문구가 계속 흐르고 있었지만, 운전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비슷한 시각 영종대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버스 등 일부 차량을 제외하고는 대다수 차량이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비틀거리면서도 시속 80~100㎞로 주행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비, 바람, 안개, 눈 등으로 기상이 좋지 않은 경우 20~30% 감속운행을 하게 돼 있다. 최대 시속 100㎞인 인천대교나 영종대교는 악천후 시 70~80㎞로 감속 운행해야 한다.

그러나 기상 악천후에 따라 과속단속 카메라의 단속기준도 하향해야 하지만 평상시와 같이 100㎞ 기준으로 단속하고 있다. 초속 16m/s의 강풍 속에서도 차량이 100㎞로 달려도 아무런 제제를 받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106중 연쇄추돌사고가 발생한 영종대교의 경우 당시 극심한 안개로 시야가 5~10m에 불과했으나, 과속단속이나 감속운행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결국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이 때문에 악천후 교통안전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지만 아직까지 반영된 곳은 단 1곳도 없다. 일부 전광판에만 감속운행 안내문구를 표시하고 있을 뿐이다.

교통안전관리공단 한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면 악천후에는 단속기준을 하향조정, 강제로라도 안전할 수 있도록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천경찰청 한 관계자는 “악천후 시 과속단속 카메라의 단속 기준을 조정하는 것은 여러 가지 검토해야 할 사항이 많아 아직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전광판 등 각종 안전장비 설치를 계획 중이다”고 말했다.

이인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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