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기자는 경기일보 창간 20주년을 맞아 특별기획의 일환으로 ‘2008 에베레스트ㆍ로체 원정대’ 보도대원으로 선발돼 6개월간 원정대원들과 똑같이 전국의 산을 누비며 고산에서 필요한 각종 훈련을 받았다.
금주와 금연은 물론이거니와 수년간 기자 생활을 하며 망가진(?) 몸을 원상 복귀시키고자 다른 대원보다 두 배 이상 땀을 흘렸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리고 2008년 3월 우리 원정대는 100일간의 일정으로 ‘신들의 나라’이자 ‘세계의 지붕’인 네팔 카투만두로 향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인 에베레스트(8천848m)와 4위 봉인 로체(8천511m)를 동시에 등정하는, 전 세계 5번째 원정대가 되는 것이 우리 팀의 목표였다. 고산병을 극복하며 시작된 10일간의 카라반(베이스캠프까지 이동하는 것을 일컫음)과 정상 공격을 위한 캠프 1, 캠프 2 구축 등은 말 그대로 자신과의 싸움 그 자체였다. 예상치 못했던 복병도 있었다.
중국 당국이 ‘2008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 구간에 에베레스트 정상을 포함하면서 네팔 정부를 압박, 원정대는 20여 일간 개점 휴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어쨌든 숱한 역경 뒤에 우리 원정대는 에베레스트와 로체 정상을 모두 등정하는, ‘세계 5번째 원정대’라는 쾌거를 이루고 금의환향했다. 그리고 7년이 지났다.
네팔은 연이어 발생한 진도 7 이상의 강진으로 전 국민이 슬픔에 빠졌고, 비통함에 잠겼다. 사망자는 정상적인 방식으로 집계가 불가능하고, 이재민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는 외신을 매일 접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얼마 전 원정을 같이 다녀온 한 선배와 통화를 했다. 그 선배는 지금의 사태에 대해 단호하게 얘기했다.
“신들이 노했다”고. 해마다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엄청난 숫자의 원정대로 인한 쓰레기와 기후 변화로 히말라야가 시름을 앓고 있어, 결국 산에 사는 신들이 경종을 울리고자 엄청난 재앙을 내렸다고.
물론 미신에 근거한 이야기 일 수 있지만 히말라야는 지금 인간들의 욕심에 죽어가고 있다. 신들의 경고를 귀담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김규태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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