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 카톡친구 3천300명 ‘청소년 대장님’

서민수 인천 중부경찰서 학교담당경찰관

▲ 서민수 인천 중부경찰서 학교담당경찰관이 25일 청소년들과 나눈 대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용준기자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작은 관심입니다.”

서민수 인천 중부경찰서 학교담당경찰관(43·경위)은 청소년들의 ‘대장님’이다. 청소년 관련 단체나 기관까지 소문이 자자하다.

서 경위는 5개 담당학교의 학교폭력 예방활동을 비롯해 인천 청소년 700여 명이 속한 학교폭력 예방활동 모임 ‘청바지 동아리’와 전국 우수사례로 꼽힌 인천 청소년경찰학교 운영까지 24시간이 모자를 정도다.

특히 서 경위는 카카오톡에는 인천은 물론 대전과 제주도 등 전국 중·고교생 친구 수만 3천300여 명이 넘는다. 서 경위의 어린 친구들은 굳이 안부를 묻지 않아도 하루에 10명 이상 먼저 대화를 걸어와 아침부터 새벽 2~3시까지 대화를 주고받는다.

‘저기요’에서 시작한 대화는 진로 문제나 용돈 인상, 이성 고민 같은 비교적 간단한 문제부터 학교 폭력, 가정불화, 성추행, 성매매까지 법의 테두리를 넘나든다.

지난 2월 한 여고생과 상담하던 중 어렸을 때 부모를 여의고 남동생과 삼촌 집에 살면서 사촌오빠로부터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한 얘기를 듣게 됐다. 하지만, 형사처벌 시 남동생까지 생활이 어려워짐에 따라 수차례에 걸친 상담 끝에 추가 피해를 막도록 조치하고 여고생이 성매매나 나쁜 길로 빠지지 않도록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서 경위가 청소년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2011년 남부경찰서 수사과에 근무할 당시 일에만 몰두하는 사이 아들이 각종 비행을 일삼으며 탈선했던 가슴 아픈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서 경위는 지구대 근무를 자처하며 아들에게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청소년 문제에 눈을 뜨며 관심으로 이어지게 됐다.

서 경위는 “소위 문제아라는 친구들은 모두 하나같이 가정에서 문제가 비롯된 친구들”이라며 “성적과 품행으로 판단하지 말고 그 친구들의 코드에 관심을 갖는다면 누구나 청소년들의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용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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