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은 서울대 경영학과 선후배다. 김상곤 전 교육감이 69학번이다. 김문수 전 도지사는 1년 늦은 70학번이다. 둘에겐 동문 이상의 연(緣)이 있다. 70년대 학생운동의 대표주자들이다. 전해지기는 김 전 지사는 격렬한 행동주의자, 김 전 교육감은 신중한 이론가였다. 훗날 정치권에서 조우한 둘의 모습도 그대로다. 김 전 지사는 투쟁과 충돌의 정치 역정을, 김 전 교육감은 이념과 이론의 정치 역정을 보여줬다. ▶2009년 경기도에서 만났다. 한쪽은 여당 소속 도지사, 다른 쪽은 야권 성향 교육감이었다. 이들의 인연을 아는 사람들의 나른한 예상은 곧 빗나갔다. 바로 충돌했다. 김 전 교육감이 600여억원짜리 청구서를 도에 넣었다. 무상급식 시행을 위한 협조예산이었다. 여당-한나라당-이 절대다수였던 도의회가 연일 김 전 교육감을 공격했다. 김 전 지사도 가세했다. ‘무상급식은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며 공격했다. 역대 최악의 ‘도지사-교육감 관계’가 그렇게 시작됐다. ▶2010년 들어 상황이 역전됐다. 경기도의회가 야당의 수중에 들어갔다. 발언대에 선 김 전 지사가 연일 공격받았다. 경기국제요트쇼 등 핵심 사업 예산이 모두 삭감됐다. 결국, 예산 400억원을 편성해야 했다. “무상급식이 아니라 친환경 급식이다”라고 했지만 결국은 김 전 지사의 패배였다. 그 배경에 김 전 교육감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김 전 교육감에게 이런 소회를 들은 것도 그 즈음이다. “김 지사는 늘 끝까지 간다. 학생 운동할 때도 그랬다.” ▶통산 전적 1승 1패다. 2009년에는 무상급식 예산 600억원을 거부한 김 전 지사의 승리였고, 2011년에는 친환경 급식 400억원을 챙긴 김 전 교육감의 승리였다. 2014 지방선거에서는 승부가 없었다. 김 전 지사가 불출마했고, 김 전 교육감은 경선에서 패했다. 그렇다고 둘의 마지막 모습이 화해(和解)는 아니었다. 무상버스 공약을 두고 장외 설전을 벌였다. 김 전 지사가 ‘공짜 바이러스 전파다’라고 공격하자, 김 전 교육감은 ‘적자 바이러스나 해결하라’고 맞받았다. ▶그들에게 운명의 ‘삼 세 판’이 다가왔다. 새누리당 혁신위원장과 새정치연합 혁신위원장으로 만났다. 어느 경우든 경기도 정치 현장에서 맞닥뜨릴 위치다. 한 수 더 떠, 주인 없는 신설구에서 기호 1, 2번을 달고 정면충돌할 수도 있다. 둘에겐 잔인하지만, 유권자에겐 더 없는 빅매치다. 축구에서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를 최고 맞수로 친다. 두 팀의 경기는 ‘엘 클라시코 더비’라 불린다. 110년 전통의 최고 라이벌전이다. 축구를 정치로 바꾸고, 축구장을 경기도로 바꾼다면 ‘김문수ㆍ김상곤 대결’도 그에 걸맞는 맞대결이다. 서울대 학창시절 이후 계속된 45년 전통의 ‘KㆍK 더비’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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