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여러명이 한 집에 모여 사는 이야기를 담은 예능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더니 젊은이들 사이에 ‘셰어하우스(Sharehouse)’가 각광받고 있다. 전셋값 폭등 여파가 대학가 주택 자취방까지 번지면서 대학생들의 주거 문화도 원룸에서 셰어하우스로 옮겨가고 있다.
셰어하우스는 여럿이 같은 집에서 각자 방을 가진 채 거실과 주방, 욕실을 공유하며 사는 ‘공동임대주택’을 말한다. 밥 해주는 주인 아주머니만 없을 뿐, 기본적인 형태는 하숙집에 가깝다. 하나의 공간을 여러명이 공유하는 만큼 임대료 수준은 기존의 오피스텔이나 원룸형 다세대 주택에 비해 최대 50%까지 저렴하다.
셰어하우스는 서구에선 오래 전부터 일반화된 주거형태다. 뉴욕, 도쿄, 스톡홀름 등 대도시 청년들이 집세를 아끼기 위해 룸메이트를 구하던 것이 시초다. 1인 가구가 일찍이 등장한 일본은 1980년대부터 셰어하우스가 퍼지기 시작했으나 우리나라는 이제 시작 단계다.
셰어하우스는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임대주택 확대 정책과 발맞춰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특히 나홀로족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주거비 부담’과 ‘외로움’을 동시에 타개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가치를 더할 수 있다. 주택사업자 입장에선 고정적이고 꾸준한 임대수익을 거둘 수 있는 매력적인 수익형 부동산으로 떠올랐다.
셰어하우스의 최신 트렌드는 ‘콘셉트’다. 단순한 주거공간을 넘어서 재밌는 주제를 담은 곳들이 등장했다. 같은 관심사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작지만 끈끈한 수요층을 형성하고 있다. ‘우주(WOOZOO)’라는 셰어하우스가 대표적이다. 2013년 서울 종로에 들어선 우주 1호점은 ‘창업가를 꿈꾸는 집’이라는 주제로 입주자를 받았다. 2호점은 ‘미술가를 꿈꾸는 집’이다.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집’에는 대형 아일랜드형 주방을 설치하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집’에는 빔프로젝터와 스크린을 구비하는 등 주제에 맞게 시설도 갖췄다.
외국인과 지낼 수 있는 셰어하우스 ‘보더리스하우스 서울’도 독특하다. 여기는 내국인과 외국인을 1대1 비율로 입주시키는데 외국어로 대화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외국생활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셰어하우스의 미래에 대해선 긍정적이다. 1인 가구가 늘면서 전망이 밝고, 독거노인 공동 거주 등 노인문제 해결방안이 될 수도 있다. 셰어하우스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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