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기행, 수원천·화성 탐방 지역문화재 역사적 의미 재조명
무엇이든 빠르다. 기술도, 인간도, 교통도, 일상도. 뭐든 LTE 급이다.
효율성과 경제성, 실용성의 잣대로 요약되고, 간소화된 사회다. 그만큼 스쳐가는 것들도 많다. 속도와 빠름 사이사이 잊히고 생략된 것들이다.
멀리 있지도 않다. 우리 주변에 산재한다. 보는 방법은 쉽다. 느리게, 그리고 천천히 걸으면 된다. 가끔은 의자에 앉아 쉬어가도 된다. 그러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것들이 들린다.
길가에 핀 이름 모를 꽃들과, 시장상인들의 물건 파는 소리, 처마 아래서 낮잠을 즐기고 있는 고양이들과도 마주친다. 또 모르고 지나쳤던 지역 문화재와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과도 조우한다.
이 모두가 느림의 미학을 통해 만나게 되는 또 다른 세상이다. <화성소타나 ii> (아이콘커뮤니케이션 刊)는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에서 벗어나 걷기를 통해 잊혀진 지역문화재를 탐방, 재조명하는 책이다. 화성소타나>
화성에서 군수를 지내고, 초대 시장을 역임한 우호태 씨와 그의 후배이자 지역 50년 토박이인 이재훈 씨가 함께 걸으며 썼다.
지난해 12월 출간된 1권에 이은 두 번째 기행이다. 전 권에서 무봉산과 제부도, 세마대 등 주로 화성지역을 탐방했다면, 이번 권에서는 공간을 조금 옮겨 화성과 수원을 잇는 수원천과 화성(華城)을 글의 무대로 했다.
지역과 탐방 형태에 따라 1부로 2부로 나눴다. 1부 ‘황구지천 물길 여행 수원천 서해로 가다’편에서는 수원천 발원지인 광교산을 시작으로 연무교, 화홍교, 두물머리, 독산성까지 이어지는 물길을 따라 그와 함께 발상한 문화와 생명의 기원을 되짚는다.
이어 2부 ‘화성순행’(華城巡幸) 편에서는 팔달문, 화서문, 창룡문, 장안문 4대문과 방화수류정, 화성장대, 연무대 등 수원화성 곳곳을 돌아다니며 역사적 의미와 순간을 생생한 문장으로 재현했다.
형식과 구성은 탐방이지만, 이 책은 단순한 기행만은 아니다. 인문서다. 심층적인 역사는 물론, 현대의 풍경 안에 담긴 사람과 그 속에 녹은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함께 요리했다. 여기에 저자들이 직접 찍은 사진과 시(時), 탐방지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연표와 도표 등 풍부한 부록들이 함께 수록돼 교양서로도 활용할 수 있다. 수원화성에 초점한 현대판 ‘택리지’(擇里志)다. 값 1만2천원.
박광수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