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는 친구가 연락이 왔다. 한국의 메르스를 심각하게 걱정하면서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보내주면 어떻겠냐고. 품절이라 살 수 없다는 뉴스를 접한거다. 주변에 한국에서 마스크와 세정제를 보내달라는 요청이 많단다. 괜찮다고 했다.
어제 아침 한 지인이 보내준 사진엔 웃지 못할 진풍경이 담겨있었다. 주말에 평택에서 열린 결혼식 사진인데 신랑ㆍ신부와 하객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이 무슨 재난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병원은 물론 버스와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부터 은행, 쇼핑센터, 영화관, 길거리 행인들까지 너도 나도 마스크다.
메르스 공포감이 커지면서 예방법 중 하나인 마스크 인기가 치솟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약국이나 온라인 등에선 마스크 품귀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마스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메르스 사태로 N95, KF94 같은 보건용 마스크가 특히 인기다.
N95 마스크는 질병관리본부가 메르스 의심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에게 착용을 권고한 것으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인증을 받았다. ‘95’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입자를 95% 이상 걸러준다는 뜻이다. 국내에선 KF94와 동급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KF(Korea Filter) 마크를 단 마스크는 KF80ㆍ94ㆍ99 세 종류가 있다. 수치가 높을수록 미세입자를 걸려내는 효과가 뛰어나다.
N95 마스크는 환자와 밀접 접촉하는 의료진을 위한 것으로 일반인은 일반 마스크를 쓰고 손을 잘 씻는 등 위생수칙만 잘 지켜도 충분하다고 한다. 하지만 불안감이 워낙 크다 보니 보건용 마스크 구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옥션에 따르면 마스크 판매량은 메르스가 발병한 지난 5월 20일부터 6월 2일까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24% 증가했다. 마스크 판매가 높은 겨울 시즌(1월 20일~2월 2일)과 비교해도 834% 증가했다.
마스크 품귀 현상이 빚어지면서 이 틈을 타 가격을 올려 판매하는 업자들도 나타났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현재 마스크 구매 가능한 곳’이라는 문구를 걸고 각종 오픈마켓 사이트 주소가 공유되기도 한다. 시간이 좀 걸리지만 해외직구를 통해 구입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메르스가 하루 빨리 진정돼 마스크를 벗는 날이 곧 왔음 좋겠다. 맘도 입도 너무 답답하니까.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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