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체납된 지방세가 1조원이라니…

김종구 논설실장 kimj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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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 새로 짓는데 4천억원이 필요하다. 이중 건축비가 2천억원이다. 경기도는 이 돈을 지방채로 충당하려고 한다. 나중에 공유재산을 팔아 갚으면 된다는 계산이다. 돈 될만한 부동산 21건도 골라놓고 있다. 돈이 없다 보니 나온 궁여지책이다. 하지만, 이런 사정을 봐줄 리 없는 도의회다. 절대 안 된다며 부결시켰다. 그렇다고 도가 ‘간단하면서도 유일한’ 이 방법을 포기한 것은 아닌 듯하다. 언제든 다시 밀어볼 눈치다.

하필 이 2천억원과 맞아떨어지는 ‘돈 줄’이 있다. 못 받은 도세(道稅) 2천억원이다. 청사 건축비 2천억원과 못 받은 세금 2천억원이 얼추 맞는다. 지방채 발행이 ‘간단하면서도 유일한 방법’이었다면 체납액 징수는 ‘간단하고 유일한데다 딱 들어맞기까지 한 방법’이다. 당연히 체납액을 받아내는 데 먼저 나서야 한다. 그러면 금싸라기 같은 도 재산을 팔지 않아도 된다. 도의원들 찾아다니며 허리 굽혀 부탁할 필요도 없다.

시군의 빚잔치도 마찬가지다. 못 받아낸 시ㆍ군 세금이 7천억원이다. 의정부시(7천600억원)나 파주시(7천900억원)의 올 예산과 비슷하다. 대도시 하나를 1년간 먹여 살릴 돈을 체납세금으로 깔고 있다. 1억원이면 양로원에 선풍기 돌릴 값이다. 5억원이면 뒷골목 정비할 돈이고, 10억원이면 밀리는 출근길 넓힐 돈이다. 100억원쯤 되면 비좁은 청사를 크게 지을 수도 있다. 이런 돈을 ‘악성 체납’이라며 그냥 뭉개고 있다.

물론 안다. ‘체납률 0%’의 사회는 없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듯이, 세금 있는 곳에 체납은 따르기 마련이다. 징수율 100%, 체납률 0%를 전제로 하는 논리는 그래서 비현실이다. 문제는 아무리 그래도 체납액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2천억원을 깔아둔 경기도. 이를 정상적인 도정이라고 볼 순 없다. 7천억원을 뭉개고 있는 시군. 이걸 정상적인 시정이라고 볼 순 없다. 혹시 못 걷는 게 아니라 안 걷는 거 아닌가.

떠난 김문수 지사가 남긴 이런 뒷얘기가 있다. 2006년, 당선자 신분이던 그가 던진 일성은 ‘돈’이었다. “단돈 10원도 아껴 써라.” 산하기관을 둘러본 뒤 했던 말이다. 불행하게도 이 경고는 현실이 됐다. 경기 침체로 세수가 확 줄었다. 임기가 끝나가던 2013년이 그 중 최악이었다. 당시 업무를 시작하는 그의 첫 질문은 ‘어제 (세금) 얼마 들어왔냐’였다. “지사의 관심은 오로지 세금이었다”고 박수영 부지사는 증언한다.

지도자가 다그치자 결과가 달라졌다. 그해 전국 지방세 체납액은 3조5천373억원이었다. 66.5%가 경기 인천 서울에 몰려 있었다. 다들 수도권의 조세 환경이 갖는 특성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틀렸다. 이듬해 2월까지 체납 세금을 징수했는데 전국 평균은 27.2%였다. 인천(15.9%)과 서울(18.3%)은 역시 낮았다. 하지만, 경기도는 달랐다. 무려 32.3%의 징수율을 보였다. 도지사가 닦달하고 공무원들이 뛰면서 만든 결과다.

이게 징수 행정이다. 행정이 뛰는 만큼 세금은 들어온다. 체납세 추징 현장에서 자주 보는 장면이 있다. -공무원이 차 번호판을 떼어낸다. 그러자 체납자가 세금을 낸다. 공무원이 금고에서 금 덩어리를 찾아낸다. 그러자 체납자가 세금을 낸다. 골프채와 그림까지 모두 들어낸다. 그제서야 체납자가 세금을 낸다.- 이게 체납을 다루는 세무 행정의 방식이다.

사형(死刑)은 법이 행하는 살인이다. 그런데도 존재한다. 형법 정의를 세우기 위해서다. 사형이 보호해야 할 선량한 시민이 있어서다. 강제 추징은 사생활 침해다. 그런데도 존재한다. 조세법 정의를 세우기 위해서다. 추징 행정이 보호해야 할 순진한 시민이 있어서다. 없는 살림에 세금부터 떼어 내는 서민, 만지지도 못해 본 돈을 월급에서 뜯김 당하는 직장인…. 이들에게 체납이 뭔가. 세금 내기 싫게 만드는 반(反)사회적범죄다.

더 독해져야 한다. 그래야 세무 행정이 바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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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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