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인 큰 딸아이가 여름방학과 동시에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하우스가이드(공연장 안내원)다. 말이 좋아 하우스가이드지, 입장권을 받는 일은 기본이고 공연장을 찾은 관객의 물품(주로 꽃다발)을 보관해주거나 기념품을 판매하는 일에서부터 공연 중 화장실이 급한 관객을 안내하는 일, 허락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관객을 제지하는 일 등이 주 업무다.
▶공연 시간 전후를 포함해 대여섯 시간을 서서 일하면서 때론 각종 불만을 터트리는 관객의 욕설까지도 감내해야 한다. 자신을 ‘감정노동자’로 인정하면서 손에 쥐는 일당은 2만7천원. 최저임금인 시간당 5천580원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데도 수십 대 일에 달하는 경쟁률을 뚫은 데는 이유가 있다. 경기도 내 한 공연장에서 일했던 게 스펙으로 작용했던 거다.
▶고용주의 입장에선 비록 아르바이트생이라 해도 경험이 있는 사람이 낫다. 최근 한 온라인 아르바이트 포털이 대학생 42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더라도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6.8%가 ‘아르바이트 채용에도 스펙이 작용한다’고 대답했다. 응답자의 40%는 아르바이트 지원 시 스펙 때문에 불합격 한 경험이 있다고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보수가 적어도 하는 수 없이 일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경험을 쌓기 어려운 업종은 더 심하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인턴 경험이 있는 직장인 407명을 대상으로 최악의 인턴경험을 물어봤더니 이른바 ‘열정페이’로 불리는 ‘너무 적은 월급’을 꼽았다고 한다. ‘열정페이’는 원하는 분야에서 일하게 해줬다는 이유로 업무에 상응하는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고용주의 인식이나 행태를 풍자한 신조어다.
▶문제는 청년층 과반수가 ‘열정 페이’를 경험했다는 데 있다. 올핸 특히 메르스 여파로 아르바이트 시장 규모가 축소되면서 일자리 구하기 전쟁이 벌어졌다. 근로계약서 등을 꼼꼼히 살피지 않았다면 ‘열정페이’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거다. 학생들이 아르바이트하는 이유는 미래 직업에 가까이 가고자 인 때도 있지만, 등록금이나 용돈 마련이 먼저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스펙을 쌓으려는 대학생들을 악용하는 사례는 근절돼야 한다.
박정임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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