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내년 최저임금 6030원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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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주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6천30원으로 의결했다. 올해보다 450원(8.1%) 오른 금액이다. 월급으론 126만270원(월 209시간 기준)이다. 최저임금위는 사상 처음 최저임금이 6천원대에 진입했고, 2008년 이후 최대 인상률을 기록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최소 두자릿수 인상을 기대한 노동계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절박한 생계난을 외면한 결정이라고 비판했고, 경영계도 영세기업의 부담을 늘렸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정부는 저임금 근로자 342만명이 이번 인상안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산했다.

내년도 월 환산 최저임금 126만원은 2015년 미혼 단신 월 생계비(150만6천179원)에도 못 미친다. 2014년 기준 도시근로자 1인 가구 가계지출(월 166만원)에도 한참 미달된다. 노동자 혼자 살아가는데도 시급 7천200원~8천원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노동자 가구가 평균 2.5명이니 가구당 최저생계비는 월 200만원이 넘는다. 노동계가 최저임금 1만원을 주장했던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최저임금마저 제대로 못 받는 근로자가 많다는 것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현재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는 232만6천명으로 전체 근로자(1천879만9천명)의 12.4%에 달한다.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는 연령별로는 청년층과 노년층, 학력별로는 대학생, 고용형태별로는 비정규직에 집중됐다.

최저임금 미지급 근로자 수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은 정부의 미약한 단속 의지가 큰 원인이다. 최저임금을 위반해도 제재받는 사업주가 1%에도 못미치는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고용노동부가 사업장을 단속해 최저임금법 위반을 적발한 건수는 2012년 9천51건에서 2013년 5천467건, 지난해 1천645건으로 급감했다. 하지만 근로자 스스로 최저임금법 위반 사업주를 신고한 건수는 2012년 771건에서 2013년 1천423건, 지난해 1천685건으로 급증했다.

그동안 정부는 최저임금을 제대로 주지않아 적발돼도 근로자에게 미지급 임금을 주는 ‘시정조치’만 하면 제재를 하지 않았다. 법 위반을 해도 시정조치만 하면 불이익이 없는데 누가 제대로 법을 지키겠는가. 한국의 노동빈곤층에게 최저임금은 생명선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률을 높였다고 자랑만 할 것이 아니라 법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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