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경찰청, 公的 예산이 쌈지 돈인가

경찰이 염치가 없어도 너무 없다. 인천지방경찰청 사이카 순찰대원들이 서류를 조작, 부당하게 시간 외 수당을 조직적으로 챙겨온 소행이 괘씸하고, 이들 비리 경찰관을 관대하게 조치한 경찰당국의 의식 또한 한심하다. 인천경찰청은 사이카 순찰대원들이 묘한 방법으로 시간 외 수당을 챙기고 있다는 첩보에 따라 자체 감찰을 벌여 순찰대장 A경감(46)을 비롯해 순찰대 28명 전원이 초과수당 비리에 관여한 사실을 밝혀냈다.

A경감은 지난 2~5월까지 현장 근무를 하지 않았음에도 107시간을 근무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110여만 원을 챙겼다. 또 초과수당 업무를 담당하는 내근 직원 B경사(34) 등 2명도 같은 수법으로 36~42시간에 해당하는 수당을 받은 걸로 드러났다. 26명의 외근 직원들 역시 비슷한 방법으로 3~42시간 상당의 시간 외 수당을 부당하게 수령했다. 또 A경감 등은 지난 3~6월까지 내·외근 직원 명의로 업무용 신용카드를 10차례에 걸쳐 124여만 원 상당을 부당하게 사용했다. 이들은 오전 7~10시와 오후 6~10시 사이에 사용할 수 있는 공용 카드를 때 없이 사용하고는 식당 업주와 짜고 규정 시간대에 식사한 것처럼 미리 결제했다.

이런 사례들은 부당 수령액이 비록 기십만 원에서 기백만 원에 불과한 소액이라고 할지라도 엄연한 형사처벌 대상이므로 가볍게 처리하거나 그냥 지나쳐 버릴 일이 아니다.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공적 재원인 나랏돈을 사욕을 채우기 위해 부당하게 빼먹는 건 뇌물죄 못지않은 부도덕한 세금 도둑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경찰은 하반기 정기 인사에 맞춰 A경감을 일선 경찰서로 전보 조치한 뒤 징계위에 회부하는 한편 초과수당 서류를 조작한 2명의 내근 직원은 경고 및 전보 조치하고, 나머지 순찰대원은 징계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낯 뜨거운 제 식구 감싸기다. 이래서야 어떻게 경찰이 범죄수사 등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순찰대원들은 죄의식 없이 쌈지 돈 같이 생각하고 국가 예산에서 수당을 조금 빼내 썼기로서니 무슨 큰 문제냐고 하겠지만, 그런 의식이야말로 공직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드러내는 위태로운 단면이 아닐 수 없다.

양심이 마비된 이런 의식은 공직개혁 차원에서 하루속히 개조돼야 한다. 작은 비리라고 해서 용인되고 내버려 둔다면 국민 세금이 더 크게 줄줄 새는 걸 막을 수 없음을 경찰당국은 명심해야 한다. 비리 규모를 불문하고 국민 혈세로 충당되는 공적 재원을 부당하게 빼 쓰는 공무원은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 작업은 성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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