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로또 부부

정일형 지역사회부 부국장 ihju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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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년 부부들 사이에서 오가는 유행어 중 ‘로또 부부’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아내가 남편에게 “우리는 로또 부부야” 하자 남편은 아무것도 모른 채 “우리가 그렇게 잘 맞았나”라며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아내로부터 돌아온 답은 “안 맞아도 그렇게 안 맞아. 그래서 우린 로또 부부야”라는 것이다. 수십 년 살을 비비며 같이 해 왔지만 여전히 어긋나는 것이 많다는 점을 풍자한 유머다.

▲로또복권은 용지에 6자리 숫자를 적어 넣은 뒤 45개의 공을 돌려 그 번호가 맞으면 당첨되는 복권이다. 매주 진행돼 지난주에 벌써 659회를 맞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대박의 꿈을 꾸며, 투명 유리병 속에서 속절없이 나뒹구는 숫자 박힌 공에 모든 시선을 집중한다. 문제는 당첨 확률인데, 현재까지 1등의 당첨 확률은 대략 1/8,140,000이라 한다. 로또 당첨은 그래서 대박이다.

▲우리 삶 과정에서 과연 로또와 같이 대박이 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아마도 있다면 그것은 부부의 연(緣)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부부는 모든 인간 삶에 있어 가장 큰 행운이고 고귀하다 할 수 있다. 그래서 서로 존중하고 양보하며 한 평생을 동반하는 것이다. 로또 부부는 수십 년을 같이 살아가고 있지만 소소히, 때론 크게 서로 의견을 달리하고 갈등하면서도 이를 봉합해 나가는 과정을 풍자한 것이다.

▲가족 구성의 근간은 부부다. 그런데 최근 이 부부 관계를 둘러싸고 회자되지 말아야 할 무서운 일들이 종종 발생한다. 남편에게 농약을 먹인 부인, 수십년 간 부인을 구타한 남편, 자식들을 내팽개치고 방치해 장애를 앓게 한 부부 등등. 결국 그들은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선물이자 행운인 부부의 연을 그렇게 끊는다.

진정한 ‘로또 부부’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로또 복권처럼 맞기 어려운, 어쩌면 맞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대화와 타협, 혹은 양보와 인내로 하나하나 맞춰갈 때 당첨되는 것이다. 로또 부부라는 우스갯 소리가 젊은 부부도 아닌 중년 부부들 사이에서 나도는 것은 아마도 이런 다짐을 다시금 하는 것은 아닐까?

정일형 지역사회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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