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타이·흉노·투르크 등 유목민 이야기 한반도와 관련성, 세계에 끼친 영향 연구
정착하지 않고 드넓은 초원을 여기저기 누비며 삶을 영위한 이들이 있었다.
태양, 달, 물, 바람, 새, 동물도 모두 이동하는 것처럼 이동하는 것만이 살아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수천년 간 유라시아 초원을 누비며 살아온 스키타이, 흉노, 투르크, 아바르 등 유목민들의 이야기다.
우리는 그동안 이들을 ‘오랑캐’라고 멸시하며 야만적이고 미개한 민족 정도로만 치부했다. 하지만 시베리아를 중심으로 동북아시아 북방 지역 고고학을 전공한 40대의 젊은 고고학자 강인욱 경희대 교수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이 초원 민족이 한민족에 미친 영향력이 상당했음을 여러 사례를 통해 증명하며, 한국 고대사의 미스터리까지 초원 민족에서 찾는다. 수년간 러시아, 몽골, 중국 등을 다니며 찾은 자료와 연구를 바탕으로 한 <유라시아 역사 기행> 을 통해서다. 유라시아>
사실 우리에게 북방 민족은 그리 낯설지 않다. 학창시절 한국어가 우랄-알타이어 계통이라고 배웠고, 빗살무늬토기의 시베리아 기원설이 정설처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북방 민족의 영향력을 무시했다. ‘한민족 북방 기원설’이 일본 제국주의 논리에서 나왔다는 이유에서다. 둘 사이의 관련성을 언급하는 것조차 일본 제국주의의 망령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여겼다.
여기서 저자는 무분별한 반론보다는 시베리아와 중앙아시아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연구해 한민족의 형성 과정을 차근히 풀어 나가자고 제안한다.
저자는 우선 발굴 이후 계통을 알 수 없어 한국 고대사의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신라의 ‘적석목곽분’을 언급하며 우리와 북방 민족의 관계성을 제시한다.
적석목곽분은 나무로 무덤방을 만들고 그 위에 돌을 쌓는 방식인데 4세기에 나타나 200여년간 지속되다 감쪽같이 사라진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경주 외에는 한반도 어디에도 비슷한 무덤을 찾을 수 없다. 이와 유사한 무덤은 남부 시베리아 알타이 지역에서 발굴된 파지릭 고분군이 유일하다.
또 경주 계림로 14호분에서 발견된 황금보검이 카자흐스탄 보로보예에서 발견된 것과 같다는 점도 우리와 북방의 관계를 증명하는 사례다. 뿐만 아니라 총 5개의 부로 구성된 책에서 저자는 북방 민족이 5천년 동안 끊임없이 정착 문명과 교류한 흔적을 보여주고, 신라 외 고구려, 고려, 조선 등과의 교류 등을 설명하며 자신의 주장에 힘을 싣는다.
북방 민족이 한민족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내용에 대한 반론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책은 그동안 제대로 알지 못했던 북방민족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들이 우리뿐 아니라 전세계 문명과 큰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또 지금까지 단편적으로만 언급되던 북방과 한반도의 관계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체계적인 연구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 값 1만8천원.
신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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