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 ‘정치혁신’ 가로막는 야당 ‘혁신위’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국회의원 정수를 369석으로 늘리는 ‘혁신안’을 제시한 것은 국민정서를 읽지 못하는 정치인의 현실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혁신의 이름으로 정치발전을 퇴행시키는 반혁신이다.

새정련의 제안은 중앙선관위가 지난 2월 제시한 지역구 대 비례대표 의석비율 ‘2대1’안을 수용해 현행 지역구 의원수 246석을 기준으로 비례대표를 69명 늘려야 한다는 안에 충실한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복잡한 당내 사정의 돌파구를 선거법 협상에서 찾으려는 꼼수가 숨어있다.

비례대표를 앞세워 의원정수를 늘리는 명분을 제공하고, 은근슬쩍 지역구 국회의원의 정수까지 늘리면서 당내 권력투쟁을 희석시키려는 속셈이 숨어있다.

실제로 지역기반이 약해 권역별 비례대표 등으로 활로를 모색할 수밖에 없는 정의당의 심상정 대표는 지역구를 대폭 늘리자고 주장했고, 새정련 문재인 대표도 ‘국회의원수가 400명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국회를 개혁하지 않고 숫자를 늘리자는 주장에 동조하는 국민이 과연 단 한 명이라도 있을지 의문이다.

의원 세비를 깎아 예산증가에 따른 국민 거부감을 줄이겠다는 발상도 당장의 비난을 피해보자는 궁여지책이다. 국회의원의 세비를 연봉 6천만 원수준으로 줄이고 보좌관 숫자를 줄이고 월급을 깎겠다는 것이 가능할까?

설혹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기준에 따라 지역구 수를 늘리게 되더라도, 국회의원 총수를 늘리는 것은 외국과 비교해서도 맞지 않는다.

인구 3억1천여만명인 미국의 하원의원이 435명인 것, 인구 1억2천여만명에 중의원 480명인 일본에 비교해서도 대한민국의 국회의원 수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통일 대한민국의 인구를 8천만 명으로 본다면 150명쯤 더 늘려 총 450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야당이 주장하는 전문성, 소수자권익보호 등을 위해 일한다는 비례대표의 증원도 19대 국회에서의 행태로 보면 설득력이 약하다. 19대 국회 비례대표 국회의원 중 소신있게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하거나 소수자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확인하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등원 순간부터 재선을 위한 지역구 찾기에 모든 것을 걸었기 때문이다. 역대 어느 국회와 비교될 수 없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오히려 지역구 전략공천을 통해 국회의원이 된 전문가, 소수대표자가 더욱 소신있게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듣곤 한다. )

결국 현재의 풍토에서 비례대표를 확대한다는 것은 시민단체를 등에 업고 당내 권력자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기득권을 공고히 하려는 의도로 해석되기 충분하다. 이 때문에 야당의 비례대표 증원주장은 국민우선이 아닌 정략적 주장이라고 치부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상을 해본다. 국회와 국회의원이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국민이 먼저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고 세비를 인상하라고 하지 않을까?

온 나라가 혁신의 몸부림 속에 고통을 이겨내고 있는데, 가장 먼저 개혁되어야 할 국회가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국회의원 숫자 증원을 운운한다면 국회무용론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박종희 새누리당 사무2부총장•수원갑 당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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