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사람잡는 폭염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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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절절 끓는 폭염(暴炎)이, 밤에는 잠 못이루는 열대야(熱帶夜)가 연일 반복돼 전국이 기진맥진이다. 섭씨 35도 안팎을 오르내리는 찜통 더위로 열사병 사망자가 전국에서 속출하고 있다. 전력 수요도 최고치로 치솟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불볕 더위와 열대야는 이번 주 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최고기온이 이틀 이상 33도가 넘을 경우 발령하는 폭염주의보도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물러가니 폭염이 괴롭히고 있다. 불볕 더위는 특히 건강이 약한 노인들에게 치명적이다. 1일에만 뙤약볕 아래서 농사일을 하던 80대 할머니 3명이 숨졌다. 지난달 30일에도 야외에서 일하던 노인 2명이 숨졌고, 29일에도 밭일 하던 노인과, 건설현장의 노동자가 열사병으로 숨졌다. 사람잡는 폭염이다.

전국 곳곳에 폭염주의보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돼 건강관리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노인들은 평소보다 물을 자주 많이 마시고 한낮에는 외출이나 농사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일터에서도 실외 활동을 자제하고 낮 시간대에는 10∼15분씩 짧게 자주자주 쉬는 것이 좋다.

땀을 흘려 수분ㆍ염분이 부족해지면 작업 중 자신도 모르게 정신을 잃거나 의식이 혼미해져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갈증을 느끼기 전에 의식적으로 물을 자주 마셔야 한다. 카페인 음료나 술은 되레 탈수를 유도하므로 수분공급에 효과적이지 않다.

불볕 더위로 열사병, 열탈진, 열경련, 열실신, 열부종 등의 온열질환자도 크게 늘었다. 고열이나 빠른 맥박과 호흡, 두통, 구토 등이 생기면 시원한 장소로 피하고 그래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바로 119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찌는 듯한 더위는 밤까지 이어져 기온이 25도를 웃도는 열대야 현상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기온이 25도 이상 오르면 잠들기도 어렵고 잠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밤의 열기와 싸우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잔 직장인들은 낮동안 충혈된 눈과 피곤ㆍ짜증에 시달리느라 피곤한 나날이다.

냉방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소외계층에게 폭염은 가히 살인적이다. 쪽방촌 사람들, 홀로사는 노인들, 만성질환자 등 사회적 보호 대상자들의 여름나기는 가히 목숨을 건 사투나 다름없다. 더위에 고스란히 노출된 사각지대의 취약계층을 특히 잘 챙겨야 한다. 행정기관의 손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내 이웃을 한번 둘러보고 챙기자.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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