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대원군의 3대 적폐와 국회

대원군은 조선의 세가지 적폐를 논했다고 한다. 물론 그의 사적인 편견이 강하게 녹아있는 것이지만 잠시 돌이켜 볼 필요도 있다.

첫째는 상류사회의 스캔들을 생산하고 공직기강을 흐렸던 평양 기생을 꼽았다.

두 번째는 전라도 등 지방 아전을 지적했다. 당시 지방관속의 아전들은 소수를 제외하고는 고정된 급여가 없어 힘없는 백성들을 수탈해 원성이 높은 존재였다.

대표적인 것이 다산 정약용 선생이 유배지 전라도 강진에서 1803년 겪은 실화다. 그 동네 한 사람이 아들을 낳았다. 그런데 출생 3일 만에 갓난아기를 관청에서 ‘군적(軍籍)’에 올렸다.

말하자면 군 입대자로 병적에 올린 것. 그리고는 생명줄과 같은 외양간의 소를 끌고 가 버렸다. 아기 아버지는 너무 분개하여 자신의 생식기를 잘라버리고 다시는 아기를 낳지 않을 것을 맹세했다. 그 부인은 잘린 남편의 생식기를 들고 관가에 가서 항의하려 했지만 정문에서 들어가지도 못하고 쫓겨났다. 이 딱한 이야기를 듣고 정약용 선생이 지은 시가 유명한 ‘애절양(哀絶陽)’이다.

셋째는 충청도 양반. 유달리 서원과 향교가 많았고 당쟁의 영수급 인물들이 많았던 충청도 양반들이 걸핏하면 상소를 올리는 등 대원군을 괴롭힌 것에서 나라를 어지럽히는 존재로 찍힌 것 같다.

만약 오늘날 대원군이 살아있다면 그의 세가지 적폐는 다음과 같이 바뀌지 않았을까. 첫째는 방위산업청과 원자력발전소 등 국가 안위에 관련된 기관의 천문학적 부정부패. 둘째는 불쌍한 서민 등쳐먹는 보이스피싱. 셋째는 밤낮없이 365일 싸움판만 벌이는 국회, 일 안 하고 거액의 세비를 타먹는 국회의원 말이다.

지난해 말 한국정당학회가 조사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 72%가 현재의 국회의원 300명은 많으니 줄여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에 대전발전연구원이 대전의 국회의원 선거구 증설에 관해 1천명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는데 여기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인구가 광주시보다 많은데도 국회의원 수는 광주보다 적은 것에 논란이 있어온터라 ‘의원 증원’에 찬성하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으리라 예측됐다.

결과는 의외로 선거구 증설 찬성이 45.7%에 그쳤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한마디로 국회의원 많아야 정치인들 판만 키워주는 것이지 우리 시민의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세금만 축낼 뿐, 민생에는 관심없다는 것이다.

얼마 전 갤럽의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8%가 우리 국회의원이 역할을 잘못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외국에서 같으면 충격적인 일이다. 그러니 최근 새정치국민연합에서 불거진 ‘국회의원 390명 증원론(論)’을 접하는 국민들은 눈과 귀를 의심했을 것이다. 도대체 그들이 무엇을 한다고! 국회의원 늘릴 생각 말고 청년 취업률이나 늘리라고.

그러나 슬픈 사실은 우리 국민들의 생각과는 관계없이 여야가 정치공학적 계산이 서로 맞아떨어지는 순간 그 원치 않는 국회의원 증원은 현실화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대원군 때나 지금이나 그리고 앞으로도 3대 적폐는 모양만 바뀌며 계속될 것이다. 아마도 대원군이 지금의 국회를 본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 나라 국회, 개혁이 시급하도다.”

변평섭 前 세종시정무부시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