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아프리카의 눈물

이명관 사회부 차장 mklee@kyeonggi.com
기자페이지

슬프도록 아름다운 눈망울을 가진 검은 피부의 아이들, 광활한 초원과 사자ㆍ기린ㆍ얼룩말 같은 야생동물 등 거룩한 대자연을 품고 있는 아프리카.

지난 4일 같은 부서에 있는 후배가 월드비전과 동행해 아프리카로 봉사활동을 떠났다. 후배를 보내며 2011년 2월 봉사활동 차 갔다 왔던 아프리카 가나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태국과 케냐를 경유해 1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곳은 가나의 수도 아크라였다. 고층빌딩이 즐비한 잘 발달된 아크라의 모습은 당시 생각해왔던 아프리카와는 달랐다. ‘이런 곳에서 무슨 봉사를?’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버스를 타고 봉사활동의 목적지인 크라치웨스트로 가는 동안 이내 생각이 바뀌었다. 1시간 정도를 가니 1990년대의 모습이 나타났고, 1시간을 더 가니 1980년대의 분위기였다. 그로부터 1시간을 또 가니 경험해보지 못했던 1960년대가 연상됐다. 목적지로 향할수록 흡사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회귀하는 느낌이랄까.

그로부터 크라치웨스트에 사는 부족을 방문해 목도한 그들의 집은 충격 그 자체였다. 방이 하나만 있는 집은 온갖 잡동사니와 쓰레기로 가득했다. 좀 더 심하게 표현하면 짐승들이 사는 우리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그곳은 우물을 파기 위해 방문한 마을이었다. 부족민들은 호소했다. 오염된 물을 식수로 사용하면서 발생한 피부병과 각종 질환을 앓고 있는 몸을 보여주면서…

이곳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은 우물에서 퍼올린 물이 담긴 큰 대야를 머리에 이고 걷는 아이들의 행렬이다. 마을에서 우물까지 1~2시간은 기본으로, 하루에도 몇 차례씩 이 같은 일을 반복해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연일 이어지는 무더위와 어깨를 짓누르는 일상의 무게라는 핑계같지 않은 핑계로, 4년 전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영혼을 가진 이들의 가슴 아린 모습을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돌아본다. 그들에 비하면 너무나 많은 것을 가지고 있기에, 좀 더 낮은 곳을 살피며 나보다 못한 약자와 더불어 살아가고자 했던 아프리카에서의 다짐을 다시 한번 일깨워 본다.

이명관 사회부 차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