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결국, 憲裁 결정 무시하고 총선 치르려나

-시한 넘긴 정치권의 선거구 획정 합의-

예상했던 대로, 그리고 우려했던 대로 가고 있다. 정치권이 선거구 획정 기준을 합의해야 할 시한을 넘겼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난 13일까지 여야의 합의안이 나왔어야 했다. 12월 31일까지 선거법을 개정하려면 필요했던 최소한의 시일이었다. 여야는 어떤 합의안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더구나 합의안 도출에 실패한 납득할 이유도 내놓지 못했다. 추가 시한이 필요하다는 공식 요구도 없었다. 그냥 눈 감고 귀 막고 넘겨 버리는 듯하다.

보다 못한 중앙선관위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이하 위원회)가 나섰다. 위원회는 13일 ‘마지막 날인 오늘까지도 선거구 획정 기준 등이 정해지지 않고 있다’며 ‘정개특위의 진행경과를 볼 때 향후 결정시기를 예측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지역구별) 인구 편차를 줄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수의 선거구 조정이 예상되는 만큼 지금 당장 획정 기준 등이 결정돼도 촉박하다’고 설명했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선거구를 획정할 경우 전국적 단위의 대규모 재편이 불가피하다. 이를 위해서는 여론을 듣기 위한 공청회가 개최되어야 하고, 현행법이 정하고 있는 관련 원칙이 적법하게 준수돼야 한다. 그런데 그 첫 번째 출발이라 할 수 있는 정치권의 획정안 합의가 늦어졌다. 나머지 일정의 파행이 불 보듯하다. 법적으로 필요한 공청회가 축소 생략되거나 형식적인 몰아치기에 그칠 수 있다. 선거법 개정 자체가 연기될 수도 있다.

헌재 결정에 따르면 인구가 많은 수도권의 의석이 늘어난다. 반면 영남과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여야의 텃밭 의석은 줄어든다. 선거구 획정안에 따라 여와 야, 또는 영호남과 수도권의 정치권력 지도가 바뀌게 된다. 이 때문에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개정이 안 될 것’이라는 비관론이 애초부터 파다했다. 정치권이 시간을 끌다가 ‘시간이 촉박하다’며 내년 선거를 지금 구도로 치를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지금 이 추측대로 가고 있는 듯하다.

이래서야 법치국가의 입법기관이라 할 수 있겠나. 헌재의 결정은 입법부에 강제된 법치의 명령이다. 법률보다 상위 법인 헌법 정신에서 비롯된 최고의 법률행위다. 그런 명령과 법률행위를 국회가 뭉개고 있다. 이러면서 무슨 오픈프라이머리 혁명(새누리)을 얘기하고 비례대표제 개혁(새정치연합)을 얘기하나. 불법으로 지적된 경기장 규격은 버려두면서 무슨 개인기를 시합에서 보여주겠다며 자랑질인가. 참으로 집요한 기득권 붙들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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