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독립운동가 하면 누구나 유관순 열사를 떠올린다. 또 다른 사람은? 대부분 잘 모른다. 하지만 일제 식민지배 하에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 바친 여성 독립운동가는 상당히 많다. 알려지지 않은 여성 독립운동가가 발굴된 사례만 2천여명에 가깝다. 그러나 국가보훈처에서 서훈 받은 여성 독립운동가는 총 1만4천197명중 263명(1.85%)에 불과하다.
최근 광복 70주년과, 영화 ‘암살’의 흥행 열풍에 힘입어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젊은층에게 ‘암살’의 히어로인 안옥윤(전지현)이 폭발적 인기를 얻으면서 여성 독립투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선 여성 독립운동가의 활동과 업적을 재조명하는 특별기획전 ‘독립을 향한 여성영웅들의 행진’도 열리고 있다. 여성 독립운동가의 면면을 살펴보면 남성 영웅 못지않은, 그 이상의 활동과 업적에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영화 ‘암살’의 안옥윤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남자현 지사(1872~1933)는 ‘여성 안중근’으로 불린다. 1932년 왼손 무명지를 잘라 흰 천에 ‘조선독립원’이란 혈서를 써 하얼빈에 온 국제연맹 조사단에 조선 독립을 호소했고, 이듬해 만주 주재 일본대사 무토 노부요시를 암살하기 위해 노파로 분장하고 폭탄을 운반하다 체포돼 온갖 고문을 당했다.
광복군 간부였던 오광심 열사(1910∼1976)는 “여성이 참가하지 않으면 독립운동은 사람으로 말하면 절름발이, 수레로 말하면 외바퀴”라며 여성 참여를 독려했다. 함경도 길주에서 만세운동을 펼치다 체포된 후 옥사해 ‘북한의 유관순’으로 불린다.
권기옥 지사(1901~1988)는 중국 항일 대전에 참전하기 위해 한국 최초의 여자비행사가 됐다. 대한독립군 대령으로 전역해 대한애국부인회를 이끌며 조국 독립을 위해 힘썼다.
윤희순 지사(1860~1935)는 최초의 여성 의병장으로 중국에서 항일의병을 조직했고, 안경신 지사(1877~미상)는 1920년 임신한 몸으로 평안남도 일본 경찰국 청사에 폭탄을 투척했다.
모두 ‘당시 여성은 남성의 보조적 역할만 했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이야기들이다. 이들의 희생이 있어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하고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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