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 임시공휴일 ‘공단 표정’
“광복 임시공휴일이요? 우리에게는 다른 나라 이야기입니다.”
인천 남동공단의 A 목재 인테리어 제조업체에 다니는 J씨(31)는 광복 70주년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지난 14일에도 어김없이 회사를 출근했다. 공무원이나 대기업에 다니는 J씨의 친구들은 임시공휴일을 맞이해 집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여행을 떠났지만, 회사에 출근한 J씨에게서는 이러한 여유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J씨처럼 회사에 출근한 A 업체의 근로자들에게 쉬는 시간은 점심 시간과 퇴근 시간 이후가 유일했다. 특히 남동공단 내 30개 업체를 살펴본 결과, 27기 업체가 평상시와 다름없이 근무했으며, 나머지 3개 업체도 기계 가동에 필요한 인력은 출근했다.
J씨는 “임시공휴일로 지정됐을 때부터 이미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주변 동료들도 마찬가지의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영세 제조업체가 몰려있는 부평공단의 근로자들의 표정에서도 임시공휴일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B 스마트폰 부품 제조업체에 다니는 근로자 P씨(47)는 찌는듯한 더위에 그늘을 찾아 담배를 막 피우려다가 일을 재촉하는 사장의 불호령에 그만 장초를 고스란히 버려야만 했다.
P씨는 “이곳 대부분의 근로자가 주말을 끼고서도 3~5일의 휴가를 가는 게 전부인데, 임시공휴일에 쉰다는 것은 어림도 없는 소리”라고 말했다.
광복 70주년을 맞이해 지난 14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됐지만, 지역 내 일반 중소기업 근로자에게는 평상시와 다름없는 날이 됐다.
대기업의 하청이나 계약에 맞춰 기한 내 제품 생산을 할 수밖에 없는 영세 업체들에게 임시공휴일은 다른 나라 이야기가 된지 오래다.
B 업체 사장은 “대기업은 임시공휴일을 누릴 수 있겠지만, 하청을 받아 운영되는 영세 업체는 정해진 기한을 지키고자 항상 쉴틈없이 일해야 한다”며 “업체 사정상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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