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7월 18일 오후 2시. 청와대에서 박정희 대통령과 딸 박근혜씨가 참석하는 행사가 열렸다.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우승하고 개선한 선수단에 훈장을 주는 자리였다. 강명순 교수(한양대 공대) 등 12명이 동탑 산업훈장, 김원석씨(육군 제305병기대 하사) 등 4명이 철탑 산업훈장, 윤현모씨(성동 기계공고 조교) 등 5명이 석탑 산업훈장, 이창희씨(금성사 사원) 등 5명이 산업포장을 받았다. ▶대통령의 긴 축사가 이어졌다. “옛날에는 기술과 기능 분야에 관심이 희박했고 기술천시의 직업관을 가졌다. 지금은 기술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인식과 관념이 완전히 달라져 기술개발에 앞장서고 있음은 물론 정부도 기술 인력 양성에 전력을 경주하고 있으며 여러분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고 우대받는 시대가 오고 있다.” “비록 여러분이 상급학교에 진학 못했다고 하더라도 노력만 하면 학문과 이론을 배울 수 있도록 대학에 진학하는 길도 터놓았다.” ▶일부 예언은 맞았다. 그 후 공학(工學)이 우대받는 시대가 됐다. 대졸(大卒) 취업률이 이를 설명한다. 삼성이 지난해 11월 25개 계열사에서 5천명을 뽑았는데 85%가 이공계다. 현대차의 신입사원 선발 비율도 공학계열이 7대 3 정도로 많다. LG전자는 그 편차가 9대 1까지 벌어진다. 오죽하면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인문대를 나오는 것보다 지방대 공대를 나오는 게 입사에 유리하다”는 말이 나온다. ‘기술도’ 우대받는 시대를 지나 ‘기술만’ 우대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다른 예언은 틀렸다. 그 시절 기능올림픽은 ‘돈 없는’ 청년들의 꿈이었다. 이들이 우대받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예언했다. 하지만 공고(工高) 출신의 사회적 대우는 여전히 열악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014년 초임금을 조사했더니 대졸 신입사원과 고졸 신입사원의 임금격차가 월 74만2천원이다. 기술만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장학(奬學) 특례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돈 없는 기술자들은 여전히 배고픈 인생을 살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호준(20ㆍ산본공고), 이정욱(21ㆍ제빵학원), 유상훈(20ㆍ수원공고), 양민우(21ㆍ일산고).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나가 메달을 획득한 기특한 경기도 젊은이들이다. 이들의 활약으로 대한민국이 종합우승했다. 곧 브라질에서 귀국한다. 어떤 환영이 기다리고 있을까. 카퍼레이드, 청와대 초청, 훈포장 수여는 기대도 않는다. 가구 만들고 빵 구우며 흘렸을 땀의 대가라도 주어졌으면 좋겠다. 훈장 대신 도비(道費) 지원이라도 있었으면 좋겠고, 청와대 대신 도지사실(道知事室) 초청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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